“농약 구매했는데 재고가 없다?” 사천 한 농협서 10억 원대 횡령 사고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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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10억 원 이상 횡령
직원, 잠적 후 숨진 채 발견
경찰 고발·중앙회 감사 요청
1년 치 이상 수익 손실에 휘청

경남 사천시 곤명농협 전경. 최근 1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김현우 기자 경남 사천시 곤명농협 전경. 최근 1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김현우 기자

경남 사천시 한 단위농협에서 1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던 농협 직원은 연락이 두절됐다가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10일 사천 곤명농협과 사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곤명농협은 최근 내부 전산 확인 결과 농약 구매 과정에서 횡령 징후가 드러났다.

농협 측은 거래 내역과 농약 재고가 맞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 담당 직원 50대 A 씨에게 증빙자료와 소명을 요청했다. 이에 A 씨는 지난 2일부터 연락을 끊고 잠적했으며, 3일 오전 2시께 가족묘가 있는 선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농협은 A 씨가 농약 업체에 돈을 지급하고 거래 내역을 남긴 뒤 물건을 받지 않고 돈을 돌려받는 형태로 거래 대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수법으로 A 씨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2022년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10억 700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 원 이하 거래는 임원 결제가 아닌 자체 전결로 진행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농협 측은 지난 4일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요청하는 한편 5일에는 A 씨와 거래를 주고받은 농약 업체 대표를 사천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 수사와 농협 중앙회 감사 과정에서 피해 금액과 공모자는 늘어날 수 있다.

곤명농협 관계자는 “평소 착실한 직원이라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경찰 고발과 중앙회 감사를 의뢰한 상태인데, 정확한 피해 내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합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곤명농협은 이번 횡령 사건으로 비상이 걸렸다.

혐의를 받고 있던 직원이 사망하면서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면, 10억 원이 넘는 손실금을 복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곤명농협은 조합원 수 2200여 명에 순수익은 연간 8억 원 수준이다. 1년 치 수익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소규모 단위농협으로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앞서 곤명농협은 2010년 인근 곤양농협을 흡수 합병했는데, 당시 곤양농협은 부정 대출 등으로 인한 20여억 원의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합병됐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조합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조합이 더 적극적으로 피해 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조합원은 “안 그래도 지역 단위농협이 어려운 시기다. 조합원 수나 수익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면 더 힘들어진다. 임원진의 책임감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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