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잇단 횡령 사건에 대책 발표… “3년 치 법인카드 전수조사”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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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총 10억 원 규모 피해 발생
서무가 학교·교육지원청 예산으로
상품권·물품 등 구매한 뒤 되팔아
김석준 “회계 이중 점검 체계 강화”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10일 오전 11시 부산시교육청 기자실에서 ‘회계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10일 오전 11시 부산시교육청 기자실에서 ‘회계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부산시교육청이 올해 총 1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부산일보 5월 29일 자 10면 보도)를 계기로 회계 이중점검 체계와 법인카드 관리 강화를 핵심으로 한 종합 대책을 내놨다. 이와 함께 이달 말까지 산하 기관과 모든 지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3년 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추가 횡령이 확인될 경우, 당사자 뿐 아니라 관리자에게도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10일 오전 시교육청 기자실에서 ‘회계사고 근절을 위한 종합 개선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올 들어 해운대교육지원청과 사하구의 한 중학교에서 잇따라 횡령 사건이 발생해 피해 규모가 10억 원에 이르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서무 직원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이나 물품을 구매한 뒤 이를 되팔아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 감사 결과,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은 법인카드 사용 관리 부실과 지출 처리 과정의 점검 소홀로 드러났다. 결재 시스템은 존재했지만 카드 통장과 인증서를 서무 직원에게 일임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됐다. 일상경비나 회계 집행 과정에서도 관련 절차가 지켜지지 않거나 관리자 확인이 생략된 경우가 반복됐다. 관리자의 무관심 속에 서무 직원이 법인카드를 사실상 단독으로 사용하면서 스포츠 도박이나 가상화폐 거래 등 ‘검은 유혹’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회계 업무 전반에 대한 이중 점검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관리자가 매월 현금출납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반납결의서 처리 시 출납원이 이체 여부를 직접 확인해 서무 직원의 단독 예산 집행을 차단한다. 기관 명의 계좌를 개설·해지하거나 법인카드를 사용할 경우 출납원에게도 알림 문자가 자동 전송되며, 법인카드 지출 승인 내역은 학교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에 등록을 의무화한다. 이 내역은 카드 명세서, 계좌 거래 내역과 함께 매월 교차 검증한다.

부정 사용 우려가 큰 심야시간대(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에는 법인카드 사용이 원천 차단된다. 실제 해운대교육지원청 횡령 사건에서 이 시간대에 상품권 구매가 집중됐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뿐 아니라 관리자에게도 신분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시교육청은 산하 기관과 지역 내 모든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3년 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한다. 카드 통장 입출금 내역과 집행 잔액을 점검해 이상 거래가 확인되면 감사를 실시하고, 필요시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영진 시교육청 행정국장은 “각 기관과 학교에 카드 계좌 거래 내역을 제출받기 위해 서식을 발송한 상태”라면서 “이달 말까지 조사를 마친 뒤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횡령 사고로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송구하다”며 “관리 시스템은 있었지만 현장의 느슨한 집행과 점검 부실이 문제였다. 횡령자뿐 아니라 관리자까지 엄중히 책임을 묻고, 유사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부산시해운대교육지원청 소속 공무원 A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8억 원을 횡령했다. 그는 주로 새벽 시간대에 온라인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되파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돈 대부분은 스포츠 도박에 탕진했고, 약 2억 9000만 원만 변제한 상태다. 사하구 한 중학교에서 일한 공무원 B 씨도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학교 예산으로 물품을 구입한 뒤 이를 중고거래로 판매해 약 2억 원을 횡령했다. 시교육청은 두 사람을 경찰에 고발하고 직위를 해제했으며, 재정보증보험 청구와 가압류를 통해 횡령금 회수를 진행 중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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