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수 끝에 문화재 족쇄 푼 통영 해저터널…테마파크 조성 탄력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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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현상 변경 조건부 가결
입장료 징수 지역 활성화 방안 마련
원형 보존 구간·구조물 안전 점검 등

일제 강점기 일본인 집단촌이 형성된 섬(미륵도)과 육지를 연결하려 건설된 동양 최초 해저 구조물 통영 해저터널. 부산일보DB 일제 강점기 일본인 집단촌이 형성된 섬(미륵도)과 육지를 연결하려 건설된 동양 최초 해저 구조물 통영 해저터널. 부산일보DB

국가유산청에 발목 잡혀 지지부진하던 경남 통영시 ‘해저터널 미디어아트 테마파크’(부산일보 1월 23일 자 11면 등 보도)가 탄력을 받게 됐다.

국가등록문화재인 탓에 국가유산청 승인이 필수인데, 3수 끝에 조건부 허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입장료 징수에 대한 지역 사회 거부감이 여전해 추진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통영시에 따르면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제5차 근현대문화유산분과위원회에서 통영시가 요청한 ‘국가등록문화유산 통영 해저터널 현상변경’ 신청을 ‘조건부’로 가결했다.

분과위는 승인 조건으로 △원형 보존 구간 설정 △문화유산 특성을 고려한 리모델링 △화재 예방 대책 △보행자 통행 안전성 확보 △진출입로 인근 공중화장실 이전 검토 △구조물 안전 점검 후 보수·보강 대책 마련 △소위원회 정기 정검 그리고 △입장료 징수에 따른 지역 활성화 기여·연계 프로그램 발굴을 요구했다.

통영 해저터널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집단촌이 형성된 미륵도(봉평동)와 육지(당동)를 연결하려 건설된 동양 최초 해저 구조물이다.

1927년 5월 착공해 5년여 만인 1932년 12월 개통했다. 당시 바다 양쪽을 막은 뒤 콘크리트로 길이 483m, 너비 5m, 높이 3.5m, 해수면 기준 최대 깊이 10m 규모 터널을 완성했다.

초기엔 사람은 물론 차량도 오갈 수 있었지만, 노후화로 바닷물이 스며드는 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1967년 충무교 개통 후 차량 통행은 금지됐다.

이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국가등록문화유산(제201호)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볼거리가 없어 관광지로는 외면받았다.

입구에 걸린 ‘용문달양(龍門達陽, 용문을 거쳐 산양에 도달한다)’이란 멋스러운 글귀와 달리 속은 어둡고 칙칙한 콘크리트 통로만 계속될 뿐이다.

한 차례 새 단장을 거쳤지만 밋밋하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통영 해저터널 미디어아트 테마파크 조감도. 통영시 제공 통영 해저터널 미디어아트 테마파크 조감도. 통영시 제공

이에 통영시는 해저터널 안팎을 복합 미디어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하고 2019년 타당성 조사 용역을 거쳐, 2021년 (주)통영해저테마파크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사업자는 기본계획을 토대로 215억 원을 들여 역사와 문화,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 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당동과 미수동 진출입부에 높이 11.2m, 폭 11.1m 지상 2층 규모 박스 형태 유리 구조물을 세운다.

해풍 등에 취약한 입구 목조물을 보호하면서 현대적 느낌을 극대화하는 공간설계다. 내부는 8개 구간, 14개 아이템을 갖춘 전시구조물로 채우기로 했다.

그러나 지역에선 반복된 리모델링 작업에 따른 안전성 저하, 역사성 훼손, 주민 불편 우려가 커지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특히 성인 기준 1만 8000원으로 책정한 유료화 방침은 거센 반발을 샀다. 현재 해저터널은 시민과 관광객 모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이를 두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민간업자 돈벌이 수단으로 내주는 꼴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시는 뒤늦게 무료 순환버스를 도입해 주민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후 불만 여론이 일부 수그러들자 2023년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지만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에 발목이 잡혔다.

국가유산청은 그해 연말 열린 제12차 근대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관련 안건을 ‘부결’했다.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천영기 통영시장이 현장답사를 나온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에게 해저터널 테마파크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천영기 통영시장이 현장답사를 나온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에게 해저터널 테마파크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통영시는 첫 심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 지난해 재심을 신청했지만 연말 심의에서 또다시 ‘보류’ 판정을 받았다.

문화재 원형 보존의 구체적 계획과 전시 콘텐츠(유료화) 방안, 터널 활용구간에 영향을 미치는 설치계획 등 상세도면(구조물 고정 부분 등), 터널 주변 부대시설(신축포함) 활용 계획 제시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이에 머리를 맞댄 시와 사업자는 문화재 훼손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보완하고 현장답사 때 천영기 시장이 직접 설명회를 진행하며 설득한 끝에 심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가결 조건을 반영한 수정안을 소위원회에 제출해 국가유산청이 이를 승인하면 최대 난제였던 문화재 관련 걸림돌은 완전히 해소된다.

통영시 관계자는 “중앙투사심사, 주민공청회 등 남은 절차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해저터널 테마파크와 연계해 추진 중인 통영항 오션뷰케이션 사업이 마무리되면 관광객 유치와 구도심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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