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주차 공간, 등록 차량의 6%뿐… “글로벌 물류도시 부산 맞나”
밤샘주차 허용 조례 도입 약 10년
주차면 겨우 138면 늘어 ‘태부족’
화물업계 “현장과 괴리된 행정”
조례 연장·주차 공간 확충 시급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인근 한 화물차 주차장.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올해 일몰을 앞둔 ‘화물차 밤샘주차 허용 조례’의 5년 연장을 추진한다. 지정된 주차구역 이외에도 주차를 허용하는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주차면은 138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질적인 화물 주차난 해결을 위해 조례 연장과 함께 실질적인 주차공간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7일 ‘화물차 밤샘주차 허용 조례’를 5년 연장하는 안을 입법예고했다. 시는 현재 부산 16개 구·군 등 관계기관 의견 조회를 마치고, 법제심사를 거쳐 시의회 의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화물차 밤샘주차란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화물차를 지정 화물차고지가 아닌 곳에 1시간 이상 주차하는 것을 뜻한다. 2015년 부산에 처음 도입된 밤샘주차 허용 조례는 화물차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 한해 주차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지난해 9월 개정된 조례에는 공영·부설주차장, 이면도로 등으로 주차가능 구역을 확대하고, 허용지역도 기존 부산 7개 구·군에서 16개 구·군 전역으로 넓히는 내용이 담겼다.
조례로 주차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연장 취지지만, 물류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주차 공간 확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을 지적한다. 부산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3월까지 밤샘주차 확대구역은 138면 늘었다. 올해 1월 기준 부산에 등록된 화물차는 3만 7086대인 반면, 화물차가 주차 가능한 공간은 2193면으로 전체 등록 차량의 6% 수준에 그친다.
20년째 화물차를 운전해온 한 기사는 “조례도 필요하지만 정작 주차 공간 확충은 턱없이 부족해 현장과 괴리된 행정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자체 협조로 밤샘주차 구역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막상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만 더 하는 상황이다. 의견 수렴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그나마 주차가 가능한 부산신항 쪽에 화물차를 주차하고 퇴근하려면 출퇴근길만 하루 왕복 80~100km는 이동해야 한다”며 “기사들은 주차 공간이 없어 밤마다 눈치 보며 움직인다. ‘이런 상황에 무슨 글로벌 물류도시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물류 전문가들은 부산시가 내세우는 글로벌 물류도시의 비전에 걸맞게 화물차 주차 공간 확충과 제도 개선을 포함한 전면적인 인프라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경대 경영학부 윤영삼 명예교수는 “화물차 주차는 물류체계의 핵심”이라며 “밤샘주차를 허용할 수 있는 지역과 시간대를 넓혀, 물류 흐름과 시민 불편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류단지를 개발할 때부터 주차장과 화물차 기사 휴게시설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윤 교수는 “도심 내 주차 공간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외곽지 활용 방안도 검토해야 하며, 정부 주도 개발이 어려울 경우 민간투자 유치를 고려하는 등 관계기관과 업계도 단순히 공간이 없다는 데서 멈추지 말고 가능한 대안을 함께 마련해 협의하고 실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정기적으로 매년 6월과 12월 주차 가능 구역을 확충하고 있으며, 수시로 지자체와 협의해 추가 주차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