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에게 ‘불법 로비’ 화물운송단체 전직 회장, ‘징역형→벌금형’ 감형
부산지법 형사7부, 벌금 1500만 원 선고
항소심, ‘징역형 집행유예’ 원심 판결 파기
벌금형 받았던 공동 피고인들과 형평 고려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화물운송업계 오랜 관행인 ‘지입제’ 폐지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정치 자금을 불법으로 기부한 전직 화물운송단체 회장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국회의원 입법 과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데다 벌금형을 받은 공동 피고인들과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부산지법 형사7부(신형철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이하 연합회) 전직 회장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연합회에서 16년간 회장을 지낸 A 씨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게 14회에 걸쳐 후원금 3300만 원을 기부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토교통위 소속이 아닌 국회의원에게도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총 5회에 걸쳐 1700만 원을 기부하게 만든 혐의로도 기소됐다.
당시 운수 사업자들을 대표한 A 씨는 차주에게 행정적, 법률적 지원을 하는 대가로 위·수탁비를 받는 이른바 ‘지입제’를 지키기 위해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정부는 기사에게 돌아가는 운임이 줄어드는 폐단을 고치겠다며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과 단체 자금으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기부할 수 없지만, A 씨 등은 연합회 판공비와 사업 추진비 등으로 돈을 송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연합회 업무를 총괄한 A 씨는 지입제 사수를 위해 임원들을 통해 정치 자금을 기부했다”며 “부정하게 기부한 정치 자금이 6190만 원으로 상당히 크고, A 씨가 범행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회장 지위에서 연합회를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됐고, 개인적으로 부정한 이익을 도모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의원 입법 과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만한 정황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벌금형을 받은) 원심 공동 피고인들 양형과 형평성 등을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2023년 같은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별도 기부한 현직 연합회 회장과 간부 등에겐 벌금 1000만~15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벌금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게 된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 변호인은 “징역형이 확정되면 결격 사유가 발생해 향후 회장 출마 등이 불가능해지는 심각한 불이익을 받는다”며 “사건 관련자들과 유사 사건과 비교해 보면 A 씨 징역형은 가혹한 판결”이라며 벌금형을 호소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