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살해' 88세 치매 아버지에 징역 7년…"용납할 수 없지만 심신미약 감경"
부산일보DB
집에서 같이 술을 마시던 60대 아들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80대 치매 아버지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2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88)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6시 40분께 경기 양주시 고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첫째 아들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어머니가 이를 목격하고 둘째 아들인 C 씨에게 알렸으며, C 씨는 집 안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뒤 소방 당국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씨와 피해자가 함께 거주해 왔으며, 사건 당일 술을 마시다 말다툼 끝에 A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A 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자신의 범행을 부인해 왔다. 앞선 공판에서 A 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피고인은 찌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고령에 건강 상태도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A 씨의 둘째 아들 C 씨는 증인신문에서 "당시 CCTV를 확인했을 때 아버지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형은 소파에 엎드린 상태였다"며 "부검 결과에서도 스스로 찌른 흔적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제반 사정을 종합해보면 위험성이 있다"면서 징역 2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부검 결과와 당시 정황 등을 봤을 때 A 씨가 범인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88세 고령이고 방에 대소변을 볼 정도로 치매 증상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심신미약으로 인한 형 감경은 하겠다"면서도 "살인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며 평소 과도한 음주로 가족에게 폭행을 행사해온 점, 가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했을 때 또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은 기각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