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장애인단체 “민생회복지원금은 최소한의 생명줄”
단체총연합회 26일 호소문 발표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회복지원금은 힘겨운 일상을 이어가는 시민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조례안이 6월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의회 문턱에 걸려 무산 위기에 처한 ‘전 시민 2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조례안 재논의를 앞두고 장외 여론전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거제를 연고로 하는 9개 장애인단체가 참여한 거제시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25일 호소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있어 민생회복지원금은 하루, 하루를 버틸 최소한의 생명줄이다. 정치적 논리로 반대하거나 미뤄선 안 된다”며 조속한 집행을 촉구했다.
이어 현역 시의원 16명 명단을 나열하며 “조례 가결 등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사회적 약자의 삶에 한 줄기 희망의 문을 열어야 한다. 시민 모두의 삶을 지키는 진정한 공공의 역할을 다하도록 더 늦기 전에 행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은 변광용 시장이 지난 4·2 재보궐선거 때 약속한 1호 공약이다. 현금성 지원을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게 핵심이다. 지급 대상은 23만여 명,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지원금은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현재 585억 원가량 남았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며 집행할 수 있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변 시장 취임 직후 지급 근거가 될 조례제정안을 입법예고한 거제시는 시의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고, 지난달 23일 조례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렸다. 그러나 조례안은 본회의 상정조차 못 했다.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에서 발목이 잡힌 탓이다.
소관 상임위는 경제관광위원회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명, 국민의힘 3명, 무소속 1명이다. 심사 과정에 양당 간 날 선 공방이 오갔고 표결 결과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1표가 나왔다. 의사 규정에 따라 찬성과 반대·기권이 동수일 땐 부결 처리된다.
이에 민주당은 ‘부의 요구권’을 발동했다. 지방자치법 제81조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부결된 의안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의안 심의에 필요한 ‘의사일정 변경안’이 찬성 7표, 반대 6표, 기권 3표로 과반을 넘지 못하면서, 조례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임시회는 빈손으로 끝났다.
그나마 부의 요구는 유효해 오는 30일 시의회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상임위 심사는 생략하지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민주당 7명, 무소속 1명으로 여소야대다. 가부동수도 부결로 치는 만큼 국민의힘에서 이탈 표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공약 발표 당시부터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며 철회를 요구해 왔다.
거제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광용 시장은 얄팍한 정치적 출구 전략을 즉각 중단하고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제공
시민단체는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참여한 ‘거제시민민생지원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시의회에 전달한 데 이어 ‘시민 1만 명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이 와중에 정부가 전 국민에게 15만∼50만 원씩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 일이 더 꼬였다. 소비쿠폰은 이재명 대통령 주요 공약으로 후보 시절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동일하게 지원하는 ‘보편 지급’을 공언했었다. 하지만 포퓰리즘 논란과 세수 악화 우려에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으로 선회했다.
거제시가 지원금 지급을 강행할 경우, ‘중복 지원’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소비쿠폰이 지방비 매칭 방식이라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에 ‘이중 지출’이 될 수도 있다. 이에 거제시는 정부 정책과 연계해 시 지원금 지급액과 방식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당장 급한 건 관련 조례안”라며 “이번에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 9월 추경 심의 때 구체적인 지급액과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