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지원에서 차등 지원으로…방향 튼 거제 민생회복지원금 통할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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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기자회견 열어 수정안 제시
30일 본회의서 조례안 통과 호소

변광용 거제시장은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착 상태에 빠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수정안을 제안하고 조례안 통과를 거듭 호소했다. 거제시 제공 변광용 거제시장은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착 상태에 빠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수정안을 제안하고 조례안 통과를 거듭 호소했다. 거제시 제공

속보=경남 거제시가 시의회에 발목 잡힌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 재심의(부산일보 6월 25일 자 10면 등 보도)를 앞두고 한 발 물러섰다. 모든 시민에게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보편 지원 방침을 접고 계층별로 10~20만 원을 차등 지급하는 선별 지원으로 선회했다. 대신, 할인률을 높인 지역상품권을 추가로 발행해 현금성 지원에 준하는 낙수효과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정부 소비 쿠폰 정책에 따른 지방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야당도 설득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정작 야당은 시큰둥한 반응이라 이번에도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변 시장은 지난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간 정쟁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 통과를 위해 지급 금액과 지원 방식을 조정한 수정안을 제안했다.

민생회복지원금 변 시장이 지난 4·2 재선거 때 공언한 제1호 공약이다. 현금성 지원을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침체한 상권을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수혜 대상은 23만여 명,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지원금은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하지만 지급 근거가 될 조례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연내 지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변 시장은 “경제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기에 지원해야 어려운 민생을 조기에 회복시키고 내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고 하루 빨리 어려운 시민 삶을 회복시킬 돌파구를 찾으려 깊은 고심 끝에 대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수정안은 △취약계층을 제외한 전 시민 1인당 10만 원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가정 20만 원 △총 300억 원 규모 거제사랑상품권 최대 15% 할인 특별판매다. 상품권은 기존 월 구매한도와 별도로 1인당 최대 50만 원까지 추가로 구매할 수 있어 최대 7만 5000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착 상태에 빠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수정안을 제안하고 조례안 통과를 거듭 호소했다. 거제시 제공 변광용 거제시장은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착 상태에 빠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수정안을 제안하고 조례안 통과를 거듭 호소했다. 거제시 제공

변 시장은 “정부의 ‘소비쿠폰’ 도입에 따른 시비 매칭 등 달라진 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역 경제 회복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재정 부담은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실제 수정안 대로라면 지방재정 부담은 350억 원으로 120억 원 가량 줄어든다.

재원은 기존 안과 마찬가지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현재 580억 원 넘게 남았다. 이를 활용하면 별도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며 집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 시장은 “조례안이 통과되면 세부 사항에 대해 의회와 긴밀히 협의해 시민 체감도가 가장 높은 방향으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시민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승적인 자세로 양보와 타협의 지혜를 모아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 달라”고 당부했다.

시민단체도 거들고 나섰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조정안은 재정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민생 회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적 취지를 살리려는 절충안”이라고 평가하며 “정치적 타협을 위해 수정안을 제안한 만큼 이제 시의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응답해야 한다. 시민 눈높이에서 현실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급 근거가 될 조례안은 오는 30일 시의회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4월 관련 조례제정안을 입법예고한 시는 시의회에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고, 지난달 23일 조례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렸다.

거제시의회는 2일부터 30일까지 제255회 제1차 정례회를 연다. 최대 관심사인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은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다룬다. 사진은 첫 날 본회의 모습. 부산일보DB 거제시의회는 2일부터 30일까지 제255회 제1차 정례회를 연다. 최대 관심사인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은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다룬다. 사진은 첫 날 본회의 모습. 부산일보DB

그러나 조례안은 본회의 상정조차 못 했다.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에서 발목이 잡힌 탓이다. 소관 상임위는 경제관광위원회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명, 국민의힘 3명, 무소속 1명이다. 심사 과정에 양당 간 날 선 공방이 오갔고 표결 결과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1표가 나왔다. 의사 규정에 따라 찬성과 반대·기권이 동수일 땐 부결 처리된다.

이에 민주당은 본회의를 앞두고 ‘부의 요구권’을 발동했다. 지방자치법 제81조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부결된 의안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의안 심의에 필요한 ‘의사일정 변경안’이 찬성 7표, 반대 6표, 기권 3표로 과반을 넘지 못하면서, 조례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임시회는 빈손으로 끝났다.

다행히 부의 요구는 유효해 이번엔 상임위 심사는 생략한다. 그러나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민주당 7명, 무소속 1명으로 여소야대다. 가부동수도 부결로 치는 만큼 야권에서 이탈 표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공약 발표 당시부터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며 철회를 요구해 왔다.

수정안을 놓고도 큰 입장 변화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 관계자는 “정부가 현금성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거제시가 중복으로 지원하는 건 정책 목표 대비 효율성이 낮고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한다”며 “결국 표결로 갈 공산이 큰데 이번에도 통과는 어려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시민단체는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참여한 ‘거제시민민생지원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시의회에 전달한 데 이어 ‘시민 1만 명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대책위는 “정책은 누가 제안했느냐보다, 그 정책이 지역민 삶에 어떤 실질적 효과를 미치는가로 판단돼야 한다”면서 “시민의 공복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조례안 심의·의결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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