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만나다니 꿈만 같아요” 외국인 선원 가족의 애틋한 재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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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해상산업노조, 14일 상봉 행사
인도네시아 선원 가족 9명 통영 초청
선원관리업체 3년간 학비 전액 지원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가족과 상봉한 수프리얀토 씨가 아내와 딸을 반갑게 맞고 있다. 김민진 기자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가족과 상봉한 수프리얀토 씨가 아내와 딸을 반갑게 맞고 있다. 김민진 기자

“제 간절한 기도에 신이 응답해 준 듯하네요.”

밤사이 내린 장대비가 그치고 유난히 맑은 하늘이 드러난 14일 오후 경남 통영시 마리나리조트 스포츠센터 2층 미륵홀. 삼삼오오 무리 지은 군중들 사이에서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인도네시아 선원 수프리얀토(28) 씨 가족의 깜짝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수도 자카르타 인근 섬에서 나고 자란 수프리얀토 씨는 2022년 10월, 가족 생계를 위해 선원취업 비자를 받아 통영 선적 근해통발어선 586성진호에 올랐다. 이후 한 번도 고향을 찾지 못했다. 비행기표 값도 아껴 고향에 보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날 아침, 선주 김점률 씨가 대뜸 “깨끗이 씻고 나랑 같이 갈 데가 있다”고 했다. 별생각 없이 따라나선 길, 그곳에 아내와 5살 된 딸이었다. 출국 당시 겨우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던 딸이 한달음에 달려와 수프리얀토 씨 품에 안겼다. 꼬박 2년 9개월 만에 이뤄진 일가족 상봉. 순간 꿈 같은 현실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끝내 울음 터트렸다.

굳은 살 박힌 남편 손을 살피다 손등에 살며시 입맞춤을 한 아내 유나니 씨는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곁에 있는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그간 못했던 이야기 다 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 스하눔 아루미 양은 이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아빠 품을 떠나지 않는다. 기분이 어떻냐는 물음에 아루미 양은 “너무 보고 싶었다. 행복하고 꿈만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민진 기자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민진 기자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민진 기자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민진 기자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함께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행사는 외국인 선원과 가족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근로 의욕을 높이고 한국과 인도네시아 국가 간 우호 증진에 기여하려 기획됐다. 첫해인 올해는 지역 어선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선원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준비했다.

경남해상노조 김종준 본부장은 “인도네시아 선원은 체력은 약하지만,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한 편이라 우리나라 선주들이 선호한다. 현재 통영에서 일하는 어선원만 1000명이 넘는다”고 했다. 때마침 이달 금어기를 맞은 꽃게잡이 근해통발어선 종사자 가운데 자녀가 있는 기혼자로 3년 이상 성실히 일하며 1년 이상 가족을 만나지 못한 이들은 추려 수프리얀토 씨를 포함해 총 4명을 선정했다.

근해통발어선은 먼바다에서 바닷장어나 꽃게를 주로 잡는다. 한 번 출항하면 보통 보름 정도 바다에 머물며 조업한다. 수천 개에 달하는 통발에 먹잇감을 넣고 풀었다가 건져 올리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 탓에 어선업 중에도 일이 고되기로 첫손에 꼽힌다. 이번 상봉 행사는 그간의 힘든 노동에 대한 작은 보상이다.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민진 기자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민진 기자

이후 지난 11일 경남해상산업노조와 근해통발수협 직원이 직접 현지로 찾아가 상봉 대상자 가족 9명을 인솔해 왔다.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가족들은 이날 오전 김해공항을 거쳐 행사장에 닿았다.

현장에는 조업 일정까지 단축하며 가족과 만남을 배려한 선주와 동료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현재 공석인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대신해 미스터 울리프타프타자니 일등서기관도 참석해 동포들을 격려했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는 쌀이 주식인 가족들이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밥솥을 선물했다. 선원관리업체 선원 자녀 장학금을 준비했다. 3년간 현지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가족들은 오는 17일까지 3박 4일간 통영에 머물며 지역 명소를 관광하고 다양한 체험과 물놀이, 먹거리를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예정이다. 입출국을 포함한 모든 체류 비용은 경남해상노조와 전국해상선원노조연맹이 부담했다.

경남해상노조 정정현 위원장은 “인력난에 허덕인 대한민국 연근해 어업에 최고 조력자가 외국인 선원이다. 이들이 없으면 출항조차 못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역만리서 거치 파도를 이겨내며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오늘이 큰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더 많은 선원 가족을 초청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외국인 선원이 더 존중받고 더 오래 동행할 수 있도록 더 꼼꼼히 살피고 돕겠다”고 약속했다.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민진 기자 경남해상산업노동조합과 전국해상선원노련, 근해통발수협, 선원관리업체 (주)삼우선박·(주)한챔이 손잡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외국인 선원 가족 초청 상봉 행사’가 14일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열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민진 기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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