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차 캐즘에 꺾인 금양 지역의 힘으로 다시 살리자
구체적 실적으로 '신뢰의 위기' 극복해야
이차전지 클러스터 등 미래 산업 주도를
위기의 향토 기업 재생을 위한 ‘부산 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2호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 꺾인 ㈜금양이다. 이차전지 테마주 열풍이 불던 시절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보며 지역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유상증자 철회, 실적 부풀리기 논란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가까스로 1년 개선 기간을 부여받아 재기를 노리고 있다. 부산시,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BNK부산은행, 부산일보 등 5개 기관은 금양의 이차전지 기술력과 부산의 미래 전략에 주목한다. 이차전지 클러스터를 비롯해 대학과 연계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은 지역 성장 동력과 맞물려 있다. 금양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금양은 1955년 설립된 명실상부한 부산 토종 기업이다. 창업 초기 식품제조업에서 시작해 발포제를 거쳐 친환경 신소재로 갈아타더니, 수소연료전지와 이차전지로 주력 업종을 전환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원통형 4695 배터리(지름 46㎜, 높이 95㎜) 개발에 대기업을 제치고 국내 최초 성공하면서 ‘이차전지의 황태자’로 주목받았다. 당시 업종 전환을 통한 성공 신화라는 의미로 ‘누구나 금양이 될 수 있다’는 선망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4500억 원 유상 증자 번복과 몽골 몽라광산 실적의 불성실공시가 직격탄이었다. 1년 개선 기간은 생존의 기로였다.
스토리와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의 비상을 위해서는 강점과 약점 분석은 필수다. 부산상의는 4695 배터리 장착 완성차 사륜구동 시연 등에서 금양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금양이 풀어야 할 문제는 ‘신뢰의 위기’다. 5개 기관은 지난해 당기 순손실 1329억 원과 캐즘의 지속 등 우려되는 지점이 있지만, 그 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사우디 자본을 유치하는 405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비롯해, 미국 나노테크(2조 원 규모), 사우디(3000억 원 규모)와의 수주 계약을 성사시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실적을 통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공공·민간의 견고한 지원이 효과를 낼 수 있다.
금양의 좌절은 지역에 큰 충격이었다. 대기업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향토 기업이어서다. 부산시는 동부산 이파크 산업단지의 기회발전특구 지정과 더불어 이차전지 클러스터에서 금양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했다. 부경대 공동연구센터를 비롯해 시내 각 대학과 추진 중인 인력 양성 계획에도 파장이 컸다. 금양의 이차전지는 부산시가 육성하려는 모빌리티와 스마트 제조 분야와도 맞물려 있다. 이러한 연관성은 다르게 보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이기도 하다. ‘누구나 금양이 될 수 있다’는 성공 신화가 잠시 꺾였지만, 5개 기관의 지원을 통해 부산발 성공 스토리로 재탄생하기를 부산시민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