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이 된 극한 기후 피해 재난 대응 체계 재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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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 산청 등 전국 26명 사망·실종
홍수 대비 인프라, 예·경보 시스템 확충을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 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와 산사태로 파괴돼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 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와 산사태로 파괴돼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6~19일 집중된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서 2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 14명, 실종 12명의 피해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극한 폭우로 전국 곳곳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져 극한 기후가 점점 일상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설 피해도 늘어 도로 침수, 토사 유실, 하천시설 붕괴 등 공공시설 피해가 1920건, 건축물·농경지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가 2234건으로 파악됐다. 대피 주민은 14개 시도, 86개 시군에서 9504세대, 1만 2921명에 이른다. 전 국민이 이제는 뉴노멀이 된 ‘이상 기후’를 맞닥뜨리며 고통과 피해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가장 피해가 컸던 경남 산청에서는 산사태와 침수로 사망자 10명, 실종자 4명 등 1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청군에는 지난 16~19일 4일간 무려 632mm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특히, 같은 시각 시천면에는 759mm의 비가 내려, 경남 최다우 지역으로 기록됐다. 경남도와 산청군은 지난 19일 전 군민을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긴급 대피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산불로 인한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다시 수해를 입은 산청군의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구역 선포 추진을 지시했다. 정부는 이제부터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한 응급 복구에 나서야 한다.

과거 장마는 한 달 새 비가 고르게 내린 뒤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며 폭염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극단적 기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폭우는 서해와 근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내렸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산청군의 피해가 특히 큰 이유는 서쪽에서 몰려온 비구름이 지리산을 넘어가며 역대급 물폭탄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번 극한 폭우는 이달 초순 극심한 폭염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했고,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량이 증가해 거대한 비구름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지금처럼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앞으로 극한 폭우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여 더욱 걱정이 크다.

기후 재난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번에 발생한 막대한 수해를 ‘100년 만의 폭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정부는 극한 기후에 대비할 수 있게 기존 재난 대응 체계를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선제적인 방재 시스템을 갖추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하수도 용량 확대, 하천 정비와 댐 운영 등 홍수 대비 인프라 확충은 물론, 예보·경보 시스템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인프라 확충을 미루다가는 극한 호우가 닥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시름에 잠긴 수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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