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해 합성화합물 차단해야 맑은 물 지킬 수 있어” 손희종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박사
수질연구소서 정수 공정 개발 힘써
대한환경공학회 학술상 등 받기도
오존 처리 공정에 과산화수소 투입
지속 모니터링·제거 공법 연구 필요
수질이 열악한 낙동강 물이 가정에서 쓰는 수돗물이 되려면 다양한 정수처리 과정을 거친다. 부산 시민의 수돗물을 책임지는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의 정수처리 기술은 다른 시도에 비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존 공정의 고도화와 새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구자들 덕분이다.
지난 23일 만난 손희종 박사도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의 정수처리 기술 명성에 기여한 대표적 인물이다. 올해로 28년째 근무 중인 손 박사는 대부분 기간을 수질연구소에서 보내며 정수 공정 개발 분야 연구에 힘을 쏟았다. 2008년에는 세계 석학이 등재되는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스 후’에 이름을 올렸고,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대한환경공학회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부산은 1990년대 국내 최초로 오존과 활성탄을 활용한 정수처리 공법을 도입했다. 시간이 지나며 ‘깨끗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손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경제성이 있으면서도 오존과 활성탄의 처리 효율 높이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지금까지 성과는 여러 연구자와 함께 한 결과”라고 말한 그는 ‘녹조’라고 불리는 남조류 번성기와 수질 악화 시기 오존 처리 공정에 과산화수소를 함께 투입한 사례를 대표 성과로 꼽았다. 미국 한 지역에서 음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가 오염됐는데, 오존과 과산화수소로 처리해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는 논문을 보고 손 박사는 동료들과 이 사례를 부산에 적용할 수 있는지 수년간 평가했다.
“오존과 과산화수소가 함께 투입되면 강력한 산화제인 OH라디칼이 형성되는데, 이 물질은 순간적으로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수중에 잔류하지도 않습니다. 하절기 남조류 번성기와 원수 수질 악화 시기에 일시적으로 운영하면 적용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어, 부산 정수장에도 도입했습니다. 상시 사용하기에는 식용 과산화수소가 매우 비쌉니다.”
뛰어난 연구 실적으로 교수직 제안도 여러 번 받았지만, 손 박사는 연구할 수 있는 현장에 남고 싶다고 말한다. 경남 김해 낙동강변에 있는 수질연구소에서 연구 결과가 궁금해 퇴근 대신 밤샘을 택하는 ‘연구광’인 그를 별종처럼 보는 이들도 있다. “성격이 급하고, 궁금한 걸 못 참아요. DB 분석을 걸어 놓고 연구소에서 밤을 새우며 밤에는 보고서를 쓰곤 했죠. 강단에 서면 오히려 연구 기회가 줄어들 수 있어요. 타이틀보다 연구가 제겐 더 중요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워지는 날씨에 시민들은 낙동강 녹조로 인한 수돗물 위협을 우려하지만, 남조류는 비교적 쉬운 과제다. 남조류가 번성하면 수돗물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으나, 독소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은 오존과 활성탄으로 쉽게 완전히 제거된다.
오히려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 화합물이 더 우려스럽다고 그는 말한다. 과불화 화합물은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인공 유기 화합물로, 매우 안정적 구조로 남조류와 차원이 다르게 처리가 까다롭다. 한 번 배출되면 물, 토양, 대기 중에 오래 잔류한다. 다행히 활성탄 흡착으로 제거할 수 있어 부산 정수장에서는 2018년 구미공단 사고 이후 활성탄 사용 기간 단축, 재생로 추가 등을 통해 수돗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노후 정수장을 선진화하며 나노 막여과 공정을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수년 후에는 국내 먹는 물에도 과불화 화합물 법적 기준이 마련될 것이고, 기업들이 개발하는 신종 과불화 화합물도 점점 독성이 낮은 종류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장기적으로 노출됐을 때의 영향을 장담하기 어렵다.
손 박사는 퇴직 전까지 유해 합성화합물로부터 부산 수돗물을 지킬 수 있는 공법 연구에 힘 쏟고 싶다고 밝혔다. “낙동강은 중상류에 대도시와 공단이 있어 과불화 화합물 등 유해 합성화합물의 영향은 지속되리라 봅니다. 퇴직할 때까지 연구소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제거 공법을 함께 연구하고 싶습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