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보다 시스템”… 코인에도 통하는 ‘터틀트레이딩’[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
⑭트라움자산운용 정승진 대표
30년간 트레이딩, 지난해 전력기기서 대박
시장에 순응하되 리스크 반드시 통제 원칙
추세 올라 타서 ‘손실은 짧게, 이익은 길게’
디지털자산에도 기술적 분석 접근 유효해
24시간 시장엔 자동화·분산 대응 전략 필수
트라움자산운용 정승진 대표. 비온미디어 제공
[편집자주]‘심준식이 만난 블록체인 히어로즈’는 블록체인 전문 매체 비온미디어의 심준식 대표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리더들과 나누는 심층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 미래 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부산이 아시아 디지털자산 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길을 모색합니다.
■전력기기 대박 터뜨린 ‘터틀트레이더’의 고백: '감정은 독, 시스템이 답'
“추세추종 전략으로 전력기기 업종에 투자하여 큰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시장의 패닉 국면에서도 시스템 신호에 따라 과감히 진입했죠.”
커피 한 모금을 넘기며 트라움자산운용 정승진 대표가 털어놓은 30년 트레이딩 인생. 2024년 전력기기 업종으로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고, 트럼프 쇼크에 큰 손실을 보기도 한 그의 이야기는 터틀트레이딩의 명암을 여실히 보여준다.
트레이딩 업계에서 정 대표를 화제의 인물로 만든 건 전력기기 종목에서의 대성공이었다. “비정상적 거래량과 가격 돌파, 글로벌 금융시장 동조화 현상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시스템 신호에 따라 과감히 진입하고, 피라미딩으로 수익을 극대화했어요.”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데이터와 규칙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성공의 열쇠였어요. ‘시장에 순응하되, 리스크는 반드시 통제한다’는 철학을 고수했습니다. 예측보다는 대응, 감정보다는 규칙,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 생존에 집중해요.”
구체적인 기법도 단순하다. “신고가 돌파 전략을 주로 활용합니다. 비정상적 거래량과 가격 돌파가 동시에 발생할 때 진입 신호로 삼아요. 손절과 익절은 사전에 정의된 규칙에 따라 자동화합니다.”
하지만 같은 해 뼈아픈 실수도 저질렀다. “트럼프발 시장 충격 당시요. 펀더멘털이 양호한 종목에 대한 로스컷을 미실행해서 큰 손실을 경험했습니다. 실적 등 기본적 지표는 우수했는데, 매크로 이슈에 따른 갑작스러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지 못했어요.”
이는 그가 평소 신봉하는 터틀트레이딩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어긴 결과였다. "터틀트레이딩의 핵심 원칙인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시스템적 대응’을 소홀히 한 거죠. 리스크 관리 규칙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복귀 과정은 치밀했다. “손실 후에는 매매 규모를 줄이고, 리스크 관리 규칙을 강화했어요. 심리적 재정비와 전략 점검을 통해 시장에 복귀했습니다. 감정적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책과 운동도 병행했고요.”
30년 트레이딩 인생을 돌아보며 정 대표는 초보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었다. “트레이딩 초반에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감정 통제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매매일지 작성과 백테스팅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했어요.”
“규칙을 어기지 않는 훈련을 반복하며, 점차 시장의 소음에서 벗어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힘이 되었어요.”
정 대표의 트레이딩 실력을 한 차원 더 높은 세상으로 이끌어준 전환점이 있었다. 바로 ‘터틀트레이딩의 대가’, 아이언킴과의 만남이었다. “트레이딩 교육을 알아보다 보니 여러 곳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아이언킴의 터틀캠퍼스가 가장 비쌌어요. 수강료도 비싸고, 신청 대기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죠.” 그런데 정 대표는 오히려 이 점에 주목했다. “저한테는 이게 가격이 비싸도 모멘텀이 살아있는 추세를 타고 있는 주식처럼 보였어요. 가장 비싸고 수강생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검증된 시스템이라는 뜻이잖아요.”
결국 그는 가장 비싸고 경쟁이 치열한 아이언킴의 터틀캠퍼스를 선택했다. “터틀트레이딩 철학을 수업 선택에도 적용한 셈이죠. 잘 되는 것에 베팅하는 거예요.” 결과는 대박이었다. “아이언킴 사부님께서 ‘손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규칙을 어기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셨어요. 실전에서의 냉철함과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셨죠.”
터틀트레이딩은 1980년대 월스트리트 전설 리처드 데니스가 창시한 체계적 거래 기법이다. 데니스는 “훌륭한 트레이더는 후천적 교육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반인들을 모집해 교육한 후 실제 자금을 운용하게 했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돈을 번다고 해서 터틀트레이더라는 이름이 붙었다. 핵심 원칙은 “손실은 짧게, 이익은 길게”다. 추세를 따라가되 손실은 빠르게 정리하고, 수익이 나는 종목은 추세가 꺾일 때까지 계속 보유하는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트레이딩 고수의 멘탈 관리 비결은 무엇일까? “산책과 규칙적 운동으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합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매매를 중단하고, 원인 분석에 집중해요. 매매일지 작성과 자기 객관화 훈련도 병행하죠.”
하루 루틴도 철저하다. “매일 아침 시장 브리핑, 전일 매매 복기,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수립을 루틴으로 삼습니다. 시장 개장 전에는 반드시 체크리스트를 점검해요.”
연속 손실이 닥칠 때는 어떻게 대처할까? “연속 손실 시에는 매매를 중단하고, 손실 원인 분석과 심리적 재정비에 집중합니다. 필요하다면 휴식을 취하며,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시장에서 거리를 둬요.” 스트레스 해소법도 있다. “독서, 운동, 가족과의 시간 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시장과 일정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트레스 관리가 트레이딩 퍼포먼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요.”
개인 트레이더에서 자산운용사 대표가 된 소감을 물었다. “개인 자금은 비교적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 고객 자산은 보수적이고 체계적인 운용이 필수적입니다. 리스크 관리와 투명성이 핵심이며, 의사결정 과정도 더욱 신중해져요.”
책임감도 달라졌다.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시스템적이고 투명한 운용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능력도 중요하죠. 이런 경험이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켰어요.”
비온미디어 심준식(왼쪽) 대표와 트라움자산운용 정승진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온미디어 제공
최근 화두인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견해는 어떨까?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도 추세추종 전략은 유효하다고 봅니다. 높은 변동성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기술적 분석 역시 전통 시장 못지않게 효과적으로 작동하죠.”
다만 주의사항이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크기에 추세 형성 시 수익 기회가 많습니다. 다만,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요.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비해 포지션 크기와 손절 기준을 엄격히 설정해야 합니다.”
24시간 거래는? “자동화 시스템과 분산된 리스크 관리로 24시간 시장에 대응합니다. 휴식과 모니터링의 균형을 유지해 심리적 소진을 방지하죠. 제도권에서의 접근은 신중하다. “디지털자산은 새로운 투자 기회로 인식하나, 규제와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 점진적으로 접근할 계획입니다. 고객 자산 보호와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죠.”
후배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기본적·기술적 분석 병행, 백테스팅과 모의매매 반복을 권장합니다. <Trading for a Living> 등 체계적 교재를 추천해요. 실전 경험과 이론 학습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필수 훈련 과정도 제시했다. “규칙 기반 매매, 자기 객관화, 매매일지 작성, 백테스팅, 멘토 피드백이 훌륭한 트레이더의 필수 훈련입니다. 실전과 모의매매를 병행해 전략을 검증하세요.”
학습 순서는? “기초 이론 → 모의매매 → 백테스팅 → 실전 적용 순을 권장합니다. 각 단계마다 피드백과 자기 점검이 필요해요.” 체계적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체계적 교육은 감정적 트레이딩 방지와 일관된 성과에 필수입니다. 실패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트레이딩은 자기 성장과 시장 순응의 연속입니다. 시장 존중과 리스크 통제는 인생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어요.”
30년을 돌아본 소감을 물었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자기 객관화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트레이딩을 통해 인내와 겸손, 끊임없는 학습의 중요성을 배웠죠. 이런 경험이 인생 전반에 큰 자산이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항상 리스크를 철저히 통제하고 시장을 존중하는 자세로 임하시길 바랍니다. 꾸준한 자기계발과 학습이 최고의 무기임을 강조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규칙을 어기지 않는 습관을 기르세요. 시장은 늘 변화하므로 유연한 사고와 자기 객관화가 필수입니다. 여러분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전력기기 업종 투자 대성공과 트럼프 쇼크 손실을 모두 경험한 트레이딩 고수, 정승진 대표가 얻은 깨달음은 ‘감정보다는 시스템, 예측보다는 대응’이었다. 변동성 큰 디지털자산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 철학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