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조준하는 특검…강경 대응·협조론 충돌
김건희·내란특검 동시 수사…국힘 내분 격화
지도부 “정치 보복” 반발, 협조론도 고개
협조냐 강경 대응이냐…국힘 의원들 기로
13일 김건희특검이 압수수색 중인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12·3 비상계엄 사건을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잇따라 국민의힘을 정조준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통일교 교인들의 대규모 당원 가입 의혹과 계엄 전후 의원 텔레그램 대화 삭제 의혹이 동시에 수사선상에 오르자, 지도부의 강경 대응과 일부 의원들의 특검 협조론이 맞서며 내분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민중기 특검은 13일 오전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와 국회의원회관 기획조정국을 압수수색했다. 기획조정국은 당 지도부를 보좌하고 당무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전략 부서다. 이번 압수수색은 권성동 의원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 통일교 간부 윤모 씨와 함께 2023년 전당대회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충청권 합동연설회 직전 긴급 브리핑을 열고 특검을 향해 “깡패짓” “빈집털이범”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재명 정권은 조국·윤미향·최강욱 등 파렴치범에 대한 사면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정권의 충정인 특검을 통해 국면전환용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1야당 당원들의 축제인 전당대회가 진행 중임을 빤히 알면서도 당의 심장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유례가 없고 천인공노할 야당 탄압”이라며 “야당 전당대회를 방해하는 ‘용팔이 사건’ 같은 깡패짓을 자행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당대표 후보도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특검이 제1야당을 향해 전례 없는 압수수색을 자행했다”며 “이재명 정권의 야당 탄압과 일당 독재의 야욕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겠다. 함께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조은석 특검은 계엄 전후 국민의힘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2개월 치 기록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2024년 10월 모 의원의 실수로 자동삭제 설정이 된 것”이라며 “의도적인 삭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검이 이를 근거로 의원들에게 협조 요청을 보내자 당내 불안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내란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조경태·김예지 의원을 향해 “조경태, 김예지 의원은 건너지 말았어야 할 강을 건넜다”며 “보수정치 학살에 들러리 서는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직격했다. 송 비대위원장도 브리핑에서 특검 수사 필요성을 거론한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들을 향해 “야당을 말살·해체하고 있는 집권여당에 동조하는 듯한 움직임은 우리 당을 위해서나 당원과 지지자들이 볼 때도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조경태 의원은 SNS에서 “그날 경험한 것을 소상히 밝히는 게 맞다. 나경원 의원은 뭐가 그리 두려운가. 떳떳하다면 특검에 당당히 나가라”고 반격했다. 이어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이 아니라 내란의 강은 반드시 건너야 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한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고, 수권정당·책임정당으로서 기능도 상실된다”고 맞받았다.
특검의 칼끝이 국민의힘을 향하면서 당내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도부는 결집을 호소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협조 가능성을 열어두며 불신이 누적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특검을 정면 비판하며 정치 보복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흐름과, 일정 부분 수사에 협조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검 수사가 이어질수록 의원들은 수사에 협조할지, 강경 대응에 나설지 선택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당내 세력 균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