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의학 드라마에는 안 나오는 ‘진짜 수술실’
■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기타하라 히로토
수술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나? 가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이 땀을 닦아주나? 닦아주지 않는다. 얼굴에 피가 튀면 어떻게 하나? 바로 닦는다. 성공률 1%인 수술도 있나? 없다. 책을 펼치면 제목과 달리 놀랄만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질문과 단답형 즉답이 이어진다. 물론 구체 설명이 뒤따르긴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나 중증외상센터 같은 의학 드라마의 극적인 상황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는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사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인체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등을 233개 항목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지나치게 솔직하고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일반인들에겐 낯설거나 두렵게 느껴질 법한 수술실 이야기를 하면서도 과장이나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수술 전 손을 어떻게 씻는지(잘 씻는다), 수술 중 스마트폰을 만질 수 있는지(만지지 않는다) 등 시시콜콜한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심각하고 진지한 의료 현장이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 웃음이 넘치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밝혔듯이, 책은 수술과 병원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 공포와 불안감을 안고 있는 사람들(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긴장을 풀어줄 이완제인 셈이다.
의대 생활과 수술 도구 설명, 미국 병원 생활 등 예비 의료인들이 관심 가질 만한 내용도 제법 분량을 차지한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엔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그린 그림을 넣었다. 기타하라 히로토 지음·이효진 옮김/시그마북스/322쪽/1만 95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