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 화천대유(火天大有)와 선물 나누는 사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초 단위로 뉴스·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허위 왜곡 콘텐츠’도 횡행합니다. 어지럽고 어렵고 갑갑한 세상. 동양 최고 고전인 ‘주역’으로 한 주를 여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주역을 시로 풀어낸 김재형 선생이 한 주의 ‘일용할 통찰’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8일 열린 섶마문화원 대유화 추진위원회 발기인 모임. 김재형 제공 지난해 12월 8일 열린 섶마문화원 대유화 추진위원회 발기인 모임. 김재형 제공

저는 경상북도 청도군에 있는 영담한지미술관(섶마문화원)에서 일 년에 두세 번 주역 강의를 엽니다. 영담한지미술관은 한지 장인이신 영담 스님과 정오 스님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영담 스님은 미술관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과 한지 체험, 강의 등을 하기 위해 섶마문화원을 운영하며 청도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하셨습니다.

그러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구 경북의 시민들과 스님의 기도가 잘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17년간 운영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치셨고 최근에는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십니다.

스님은 이런 몸과 마음 상태를 아시고는 지난해부터 그동안 해오시던 섶마문화원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마음을 정하시고 지역의 여러분들이 함께 모여 ‘섶마문화원 대유화(大有化) 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결정과 함께 위원들은 이 공간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섶마문화원 주변에 맨발 길을 확장해서 만들었습니다.

섶마문화원이 있는 청도군 동곡 지역은 선암서원을 비롯한 문화적 가치가 높은 오랜 고택들이 있고, 동천강이 흐르고 있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 사업이 활발해서 많은 분이 찾는 곳입니다. 이렇게 오신 분들이 가족들과 함께 맨발 길을 자연스럽게 걷습니다.

섶마문화원 맨발 길은 지방 정부에서 만든 길이 아니라 섶마문화원 소유 공간을 위원들이 돈을 모아서 시민들에게 열어 놓았습니다.

대유(大有)는 이런 개념입니다.

개인이 소유하는 사유(私有)와 공공기관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공유(公有, 共有)가 통합된 개념으로 내가 가진 내 것을 내가 관리하더라도 배타성 없이 누구에게나 열어두는 소유 형태입니다.

지금은 이런 소유를 설명할 언어가 없어서 이렇게 길게 말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이런 형태를 ‘대유(大有)’라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의식이 사라지면서 언어도 사라진 사례입니다.

지금, 이 언어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어져서 ‘화천대유(火天大有)’로 다시 살아났지만 언어가 돌아온다고 해서 의미까지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이 언어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사유(私有)와 공유(共有)가 통합된 실천을 통해서입니다.

제가 지내는 이화서원은 정식 명칭이 ‘대유공간 이화서원 협동조합’입니다.

대유(大有)의 정신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공간의 문을 잠그지 않아서 누구나 필요할 때 자유롭게 쓰도록 합니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조합원들이 내고 사용은 모두에게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런 실천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생겨야 가능합니다.

주역 열네 번째 대유 괘는 이런 의식을 ‘순천휴명(順天休命)’이라고 합니다.

내 삶이 하늘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내가 가진 것이 하늘의 선물이라고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이화서원에서는 이런 마음과 실천을 모여서 함께 나누는 ‘주역 향연(饗宴)’을 매년 펼칩니다. 올해 일곱 번째이고 섶마문화원에서 8월 29~31일 열립니다.

하늘과 이어진 기쁨을 나누는 우리 시대의 제천 의식입니다.


화천대유 괘 화천대유 괘

14. 화천대유(火天大有)


大有 元亨.

대유 원형


대유는 사유(私有)와 공유(共有)가 통합된 물질 의식이다. 내가 가진 것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책임지고 잘 관리하겠다. 내가 가진 것은 내 것이 아니라 하늘의 선물이고 나는 선한 청지기이다.


彖曰 大有 柔得尊位 大中而上下應之 曰大有. 其德 剛健而文明 應乎天而時行 是以元亨.

단왈 대유 유득존위 대중이상하응지 왈대유. 기덕 강건이문명 응호천이시행 시이원형.


대유는 내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 열린 마음, 유연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돕는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이 대중(大中), 대유(大有)이다.

이 마음은 부드럽지만 힘차고 밝아서 하늘의 뜻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때 맞춰 일어나게 한다.

아름답다.


象曰 火在天上 大有 君子以 遏惡揚善 順天休命.

상왈 화재천상 대유 군자이 알악양선 순천휴명.


하늘 위에 밝게 빛나는 태양처럼 나는 악을 멀리하고 밝고 선하게 살겠다. 나는 하늘의 마음에 순응하고 내가 가진 것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겠다.


빛살 김재형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