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족에 더위 못 식히는 부산시 ‘쿨루프 사업’
올해 ‘쿨루프 사업’ 신청 192건
예산 부족해 그중 26% 미시행
집주인 동의도 받기 쉽지 않아
부산 남구 전포대로 일원에서 쿨루프(Cool Roof) 봉사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이 폭염 취약가구 20여 곳 대상으로 친환경 열차단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가 여름철 취약계층 폭염 대책으로 차열 페인트를 옥상에 칠하는 ‘쿨루프 사업’을 수년째 진행 중이지만, 예산 부족과 집주인 동의 문제 등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부산 전역의 쿨루프 신청 4건 중 1건은 실제 사업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올해 부산 16개 지자체에 접수된 ‘쿨루프 사업’ 신청 건수는 모두 192건이다. 그중 50건(26%)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집 옥상에 차열 페인트를 발라 열을 차단하는 쿨루프 사업은 2016년 부산에서 처음 시행됐다. 차열 페인트를 칠하면 실외 온도는 10도 이상, 실내 온도는 3도가량 낮아진다.
1㎡당 시공 비용이 3만 5000원~6만 원 정도로 적은 예산으로 실내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에 시는 매년 1억~1억 2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오고 있다. 지난 5년간 947개 건물이 쿨루프 사업 혜택을 받을 정도로 부산의 대표적인 기후위기 취약계층 사업이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으로 신청하고도 탈락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올해 1억 2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탈락한 50건 중 29건은 예산 부족 탓이었다. 지붕불량으로 12건이 반려됐고, 나머지 9건은 신청자 사망 등 기타 이유였다.
예산 증액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시는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탄소중립정책과 관계자는 “다른 사업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매년 1억 원 내외 예산을 확보한다”며 “예산이 한정적이기에 기초 지자체에는 정부 공모 사업으로 쿨루프 사업을 실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부족과 더불어 집주인 동의를 받지 못하면 사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구조도 문제다. 실제 올해 중구에서는 쿨루프 사업 신청자가 있었으나, 다른 지역에 사는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무산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반주택에 사는 취약계층은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데, 집주인이 다른 지역에 있어서 연락이 안 되는 등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예산이 한정된 탓에 다중이용시설인 무더위쉼터나 경로당을 우선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일수록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건강 저하가 심하다며, 관련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초의수 교수는 “노인이나 장애인 같이 이동이 제약된 계층도 기후위기 취약계층”이라며 “미국은 사회복지를 위한 12대 중대 과제 중에 기후 변화를 지목할 정도로 관심이 크나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