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오” 보험사 책임 공방…택시 돌진 후유증 시달리는 소상공인
지난 6월 택시 덕천동 상가 돌진
사고 책임 두고 보험사 간 분쟁
피해 보상 지연에 폐업 위기 호소
지난 6월 사고로 판매가 어려워진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는 노영태 씨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지난 6월 부산 북구 덕천동에서 택시가 건물로 돌진한 사고 이후 보상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사고를 둘러싼 보험사 간 분쟁으로 보상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피해 매장 주인은 폐업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관계기관 및 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부디 저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 주시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많은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8일 오전 부산 북구 덕천동 숙등교차로 모퉁이, 속옷·양말을 판매하는 매장 앞에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매장에 들어서자 내부 천장은 내려앉은 상태였고, 구석에는 깨진 유리창 조각이 가득했다.
앞서 지난 6월 19일 오전 3시께 택시가 이 매장으로 돌진했다. 2차로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던 택시가 1차로에서 직진하던 SUV를 피한 끝에 일어난 사고다. 노영태(71·부산 북구) 씨가 운영하는 매장 유리창이 깨지고 벽 일부가 부서졌다. 파편이 튀어 상품들도 훼손됐다.
속옷과 양말을 50년 넘게 판매하며 네 자녀를 부양한 노 씨는 하루아침 날벼락에 두 달 넘게 장사를 할 수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대목'을 놓쳤다는 생각에 잠 못 드는 밤도 이어지고 있다.
노 씨가 경찰에 최초 제출한 피해 추산 금액은 약 4억 원이다. 건물, 매장 파손과 유리 조각들이 들어가 판매가 어려운 속옷, 양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에 더해 두 달 동안 ‘개장 휴업’인 상태를 고려하면 사실상 수십억 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노 씨 주장이다.
노 씨는 “두 달 넘게 장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은행 이자도 밀리는 등 여러모로 손실이 엄청나다”며 “그날 가게와 함께 내 인생도 무너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노 씨는 사고 이후 75일이 지나도록 부산개인택시운송조합(이하 택시조합) 측에서 건물 보수 비용으로 지급한 2000만 원을 제외한 어떠한 피해 보상도 받지 못했다. 사고 책임을 둘러싼 보험사 분쟁으로 보상금 지급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좌회전 차로에서 직진했던 SUV 측 보험사는 실질적으로 택시가 건물에 부딪쳤기에 사고 책임과 보상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지난달 북부경찰서가 SUV 운전자를 도로교통법 위반(신호·지시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하며 보상 절차를 뒤늦게 밟고 있다.
택시조합은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한 SUV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도 피해자’란 태도다. 또한 노 씨가 매입 전표 등 피해 금액을 산출할 수 있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구체적인 보상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택시조합 관계자는 “건물에 부딪힌 건 택시가 맞으니 우선 가지급금 형태로 2000만 원을 지급한 것”이라며 “SUV 측 보험사와 과실 비중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덕천동 노영태 씨가 운영하는 매장 앞에 붙은 현수막. 피해 보상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
부산 북구 덕천동 노영태 씨가 운영하는 매장 안에 유리 조각이 쌓여 있는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