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 코인 발행사… AI 기술 융합해 세계 무대 도전 ['블록체인 DNA' 심는 첨병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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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DNA' 심는 첨병들] 1. 글로벌탑넷

글로벌탑넷 이현호(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3일 부산 금정구 글로벌탑넷 사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글로벌탑넷 제공 글로벌탑넷 이현호(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직원들이 3일 부산 금정구 글로벌탑넷 사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글로벌탑넷 제공

부산이 2019년 8월 국내 유일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지 6년이 넘었다. 그동안 물류·금융·공공안전·관광 등 지역 산업 곳곳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의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이 각 분야에 자리 잡고 그 변화를 실제로 이끌고 있다. 새로운 기획 시리즈 ‘블록체인 DNA 심는 첨병들’을 통해 현장의 기업과 창업자,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부산이 그리는 디지털 미래를 조명한다.

글로벌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에 1만 7000개의 가상화폐가 등록돼 있으며, 비트코인을 비롯해 약 1만 개의 코인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중 부산 업체가 발행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IT기업 (주)글로벌탑넷의 ‘카멜코인’(CAMT)이 유일하다. 글로벌탑넷은 카멜코인 발행에 이어 법·제도가 정비되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젊은 CEO가 일군 혁신

지난 2일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글로벌탑넷 본사를 찾았을 때, 입구부터 각종 우수기업 인증서와 기술특허, 회사에 대한 기존 언론 보도가 즐비했다. 올해 33세인 이현호 대표가 2017년 12월 창업 이래 8년 만에 일군 성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대표는 군 복무 시절 전산병, LG시스템 엔지니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아서 하는 것보다 제가 일을 찾아가서 개척하는 게 많았다”며 “창업 때는 20대에 도전해서 망하는 것도 괜찮다는 각오로 회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글로벌탑넷은 서버·스토리지·클라우드 인프라 제조와 통합 시스템 개발, 소프트웨어 솔루션 판매,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일궜다. 초창기 3명으로 시작한 조직은 17명으로 성장했고, 연간 매출액도 사업 초창기 때보다 30배 이상 늘었다.

글로벌탑넷의 블록체인 사업 영역은 트론 네트워크 기반으로 발행한 카멜코인이 대표적이다. 부산 동백꽃(카멜리아)에서 착안해 만든 카멜코인은 지역 색채와 상징성을 살렸으며, 블록체인과 클라우드·서버 자원을 결합한 분산형 서비스 모델을 제시한다. 현재 카멜코인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와 글로벌 거래소 MEXC에 상장돼 있다. 글로벌탑넷은 향후 카멜코인을 기반으로 국내외 결제, 송금·교환, 실물연계자산(RWA) 서비스 이용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카멜코인 발행 경험을 바탕으로 발빠르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할 것”이라며 “글로벌탑넷이 지역 기반 디지털화폐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AI·블록체인으로 세계 진출

최근 좋은 소식도 있었다. 글로벌탑넷이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효율화 과제’에 최종 선정된 것이다. 글로벌탑넷은 이번 과제를 냉각과 소화 기능을 통합한 차세대 서버 개발을 본격화하며, AI 인프라 혁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탑넷은 고성능 AI 서버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소계 케톤 냉각 기술과 고분자 캡슐화 소재를 결합한 신형 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다. 여기에 화재 예방과 소화 기능까지 추가한 서버를 개발 중인데, 데이터센터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글로벌탑넷은 중견기업 제일일렉트릭과의 파트너십으로 ‘부산형 앵커기업’에 선정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독일 기업과 연계한 국제공동기술개발(유로스타3) 사업을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나섰다. 아울러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대기업의 AI 인프라 구축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글로벌탑넷의 도전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이 대표는 “5년 내에 기술 역량을 앞세워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할 것”이라며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 확대, 벤처 투자 유치를 통해 회사의 성장 사다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아울러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부산 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도 건넸다. 핵심은 ‘공공 메인넷’ 구축의 필요성이었다. 그는 “민간 기업이 자체 메인넷을 만들려면 수십억 원이 들고 인허가도 지연되기 쉽다”며 “부산시가 주도하는 공공 메인넷이 조성되면 소상공인과 지역 기업이 저비용으로 토큰을 발행하고, 관광객도 환전 없이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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