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사러 가는 백화점?… 머무르며 즐기는 ‘펀 공간’!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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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 부산본점, 리빙 소비 확대
가전·가구 늘고 팝업스토어 호조
신세계 센텀, 체험형 시설 인기
스파랜드·아이스링크 고객 증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열린 뷰티 브랜드 ‘롬앤’ 팝업스토어(위)와 신세계 센텀시티에 입점한 글로벌 아트토이 전문점 팝마트. 각 사 제공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열린 뷰티 브랜드 ‘롬앤’ 팝업스토어(위)와 신세계 센텀시티에 입점한 글로벌 아트토이 전문점 팝마트. 각 사 제공

부산 지역 백화점의 여름 소비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의류만으로는 성장세가 제한적인 반면, 리빙과 주얼리, 체험형 콘텐츠가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 더위와 장마 속에서 ‘머무르며 즐기는 소비’가 확산됐고, 명품·화장품에서는 외국인 소비가 성장세를 거들며 카테고리별 온도차를 키웠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생활밀착형’ 카테고리의 확장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6~8월 매출을 보면, 여성복 매출은 전년 대비 5% 늘며 일상복과 오피스룩 수요가 유지됐지만 남성복은 5% 줄었다. 가구 매출은 5% 증가해 홈퍼니싱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스포츠·아웃도어는 20%, 아동은 10% 늘어 가족 단위 체험과 맞물린 소비가 부각됐다. 길게 이어진 폭염 영향으로 냉방가전도 15% 늘며 계절 효과가 매출을 견인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소형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프리미엄 가전이 결합된 리빙 소비가 확대된 것도 특징이다.

신세계 센텀시티도 같은 기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여성복은 8%, 남성복은 5%, 리빙은 8% 늘었다. 플리츠 소재나 시즌리스 상품처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아이템이 인기를 끌었다. 단순한 쇼핑을 넘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시설 매출도 상승했다. 스파랜드 매출이 5%, 아이스링크는 11% 증가하며 무더위를 피해 실내를 찾은 고객 발길이 매출로 이어졌다. 단순한 더위 회피를 넘어, 실내에서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 ‘날씨 회피형 소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소비 흐름은 백화점 전략 변화로 직결된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인기 캐릭터 팝업과 패션·뷰티 협업 전시, 2030세대 선호 브랜드 유치로 체류형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올여름 진행한 ‘포켓몬 팝업스토어’는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한 긴 줄이 생길 만큼 큰 인기였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지역 최초·단독 팝업을 연속 선보이며 MZ세대와 외지 방문객을 겨냥하고, 스파랜드·아이스링크 같은 체험형 시설을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아트토이 전문점 팝마트에서 선보인 중국 캐릭터 ‘라부부’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스파랜드·아이스링크 같은 체험형 시설을 고도화하는 것과 더불어, 팝업을 통한 콘텐츠 소비 강화가 뚜렷하다.

두 점포 모두 쇼핑을 넘어 ‘머무는 공간’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팝업과 캐릭터 IP가 소비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핵심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잡화와 주얼리의 강세는 두 점포 모두에서 확인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진행한 ‘워치&주얼리 페어’의 흥행으로 명품 매출이 7% 늘었다. 신세계는 패션 워치·주얼리가 30%대, 하이주얼리가 20%대 성장했다. 가벼운 여름 복장 속에서 개성을 드러내려는 소비 심리가 주얼리로 쏠리며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화장품은 온도차가 있었다. 롯데는 전체적으로 3% 역신장했지만, 외국인 소비가 20% 성장세를 거뒀다. 신세계는 전체 화장품 매출은 5% 늘었지만, 외국인 매출 비중은 8.8%에 머물렀다. 특히 K뷰티 인기에 힘입어 면세점 중심이던 외국인 화장품 소비가 시내 백화점으로 확산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이제 옷을 파는 곳을 넘어 먹고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생활 무대가 되고 있다”며 “리빙·잡화·체험 콘텐츠가 앞으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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