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없는 남해군 해수욕장… 불볕 더위에도 초라한 성적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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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등 5개 해수욕장 방문객
집계 이후 첫 10만 명 선 붕괴
7~8년 전 비해 사실상 반토막
관광객 유인 킬러 콘텐츠 절실

올해 개장한 남해군의 대표 해수욕장 상주은모래비치. 남해군 제공 올해 개장한 남해군의 대표 해수욕장 상주은모래비치. 남해군 제공

한때 국내 최대 여름 피서지 중 한 곳으로 인정받으며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렸던 경남 남해군 해수욕장이 심각한 부침을 겪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총방문객 수 10만 명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콘텐츠부터 인프라, 플랫폼 등 전반적인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4일 남해군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부터 8월 24일까지 45일간 남해군 5개 공설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총 7만 9320명이다. 남해군이 해수욕장 방문 이용객 집계를 시작한 이후 10만 명이 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수욕장별로는 상주은모래비치가 4만 826명, 송정 2만 3349명, 설리 7674명, 두곡·월포 3151명, 사촌 4320명에 그쳤다. 특히 상징과도 같았던 상주은모래비치 방문객 감소가 뼈아프다. 한때 전국적인 인지도로 2018년 11만 5000여 명이 찾았던 해수욕장이다. 올해 4만 명을 겨우 넘기는 정도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나머지 해수욕장의 방문객 수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7년 만에 전체 방문객 수가 1/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상주은모래비치 한 상인은 “예전에는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밤이 되면 조용하다. 여름 한 철 장사인데 이대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식당과 숙박 등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해군은 방문객 감소 주요 원인으로 개장 초 극한 호우로 인한 전국적인 수해와 성수기 잦은 강우를 꼽았다. 하지만 상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해마다 장마와 태풍 등 궂은 날씨는 있었고, 특히 주말마다 비가 온 해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방문객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극한 호우 이후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며 부산의 7개 해수욕장은 20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남해군 해수욕장이 훌륭한 자연환경과 풍광을 갖추고 있는 반면 젊은 세대를 유인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해수욕장은 단순히 물놀이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장소가 아닌 다양한 체험과 핫플레이스로서의 감성을 담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데, 남해군 해수욕장은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우상 경남관광박람회 조직위원장은 “예전 해수욕장은 친구나 가족 단위로 와서 가볍게 민박 등을 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시설의 편의성이나 청결도를 꼼꼼하게 따진다. 여기에 물놀이를 넘어 야간 관광, 다양한 먹거리 등이 어우러져야 관광객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감을 느낀 남해군도 변화된 휴가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투자를 계획 중이다. 최찬호 남해군 해양레저팀장은 “주요 해수욕장 시설 개선과 프로그램 개발, 홍보 등을 검토 중이다. 또한 올해 유치한 대형 호텔인 쏠비치 남해와의 연계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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