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 중천건과 청년 위한 투자 ‘청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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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단위로 뉴스·정보가 넘치는 시대입니다. ‘허위 왜곡 콘텐츠’도 횡행합니다. 어지럽고 어렵고 갑갑한 세상. 동양 최고 고전인 ‘주역’으로 한 주를 여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주역을 시로 풀어낸 김재형 선생이 한 주의 ‘일용할 통찰’을 제시합니다. [편집자 주]


주역 향연 참가자들 기념 사진. 김재형 제공 주역 향연 참가자들 기념 사진. 김재형 제공

저는 매년 8월 마지막 주말에 ‘이화서원 주역향연’이라는 모임을 엽니다. 올해 7회이고 경북 청도군 영담한지미술관에서 모였습니다.

전국에서 저와 주역을 공부하고 여러 활동을 함께하는 이화서원 가족 100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청년 주역’이라는 주제로 청년들을 만나는 여러 기획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그렇게 같이 공부한 청년들과, 삶에서 주역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삶의 성과를 내신 분들이 발표를 합니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발표에 미래 비전을 제안하기도 해서 의미 있는 과제는 은행 계좌번호를 공개하는데 대부분 모금에 성공합니다. 청년들은 꿈꾸고 장년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 지지합니다.

매년 향연에 참가하는 신학자 현경 선생은 이번에도 오셔서 청년들을 위한 조언을 해주셨고, 마치고 돌아가시는 길에 어떤 환상 같은 비전을 보셨다 합니다.

현경 선생의 ‘비전’을 옮겨 봅니다.


“어머니의 성미와 우리들의 ‘청테크’

청도 주역향연은 그동안 “이상하고 아름다운” 똘-아이 들을 품어온 이화서원의 환대와 포용의 씨뿌림이 싹이 나는 시간이었다. 100여 명의 다양한 남녀노소가 자신의 삶과 꿈, 고통과 기쁨을 가슴으로 나눴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문명을 마지막으로 보는 세대일 것이다. 앞으로의 커다란 환경과 정치적 변화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우리들을 데려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신화, 경전에서 나오는 “대홍수”의 시대를 맞을 것이다. 지금은 “노아의 방주”를 짓는 시간이다. 대홍수가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붕괴해 가는 세계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주긴 어렵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가슴으로 닿을 수 있는 구체적인 공동체의 힘이다. 나는 이화서원이 우리 시대에 짓고 있는 여러 종류 노아의 방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에 빠져 허덕일 때 서로가 서로를 건져주어야 한다.

주역 향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비몽사몽 간에 이런 비전이 보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밥 짓기 전에 미리 쌀을 한 움큼 덜어 항아리에 넣고 그것을 교회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성미” 로 나누는 모습이었다. 어머니가 매끼 한 움큼 쌀을 미리 더시듯 50세 이상의 이화서원 영우(靈友)들이 하루에 3000원씩을 덜어 사랑의 항아리에 담으면 어떨까? 그러면 한 달이면 9만 원, 일 년이면 108만 원이 된다. 그 108만을 매년 주역향연에 들고 와 50세 아래의 청년들의 꿈을 이루는 프로젝트에 자신의 가치와 취향대로 주고 가면 어떨까? 나의 노년 꿈은 돈을 물 쓰듯이 쓰며 1원도 안 남기고 죽는 것이다. 50명이 1년 동안 모은 100만 원의 성금을 들고 오면 벌써 5000만 원, 100명이 들고 오면 1억이다. 요사이 재테크, 근테크가 유행인데 우리 삶에 가장 의미 있는 투자는 청년들에게 하는 ‘청테크’인 것 같다. 청춘을 살아보지 못해 청테크하며 대리만족하고 청춘을 너무 진하게 살아봐서 고마워서 청테크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랫동안 사회운동 속에서 살아오며 내가 느끼는 감정은 하나님의 왕국, 서방정토, 유토피아는 지금 여기서 오늘 내가 살아가는 몸짓 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화서원의 모든 50 플러스들께 “청테크” 를 제안하고 싶다. 1년간 하루에 3000원씩 모은 100만 원을 2박 3일 동안 청년들을 위해 물 쓰듯 쓰자고….

그러나 일생동안 뼈를 갈아 넣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면서 못 먹고 못 자며 매력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산업의 역군”들인 50 플러스는 “호구”들이 아니다. 우리의 정성은 “선심”이나 주는 자의 “자아 만족”이 아니다. 청년들은 그들의 꿈과 비전, 진정성과 일상의 성실로 우리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인생은 길게 볼 때 “공정무역”이다. 공짜는 없다.

나는 오늘 4박 5일 일정으로 백두산 트레킹을 떠난다.

백두산 천지에 서서 우리의 조상, 발해와 그전의 홍산 문화의 대평야, 만주벌판을 보고 싶다. 내 생에서 제주에서 신의주, 백두산까지 열차가 뚫려 우리의 청년들이 제주에서 시베리아, 만주, 몽골평야를 거쳐 파리로 런던으로 더블린으로 북극으로 종횡무진하며 홍익인간, 제세이화,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의 한류, K-Culture, K-혁명, K-영성의 씨앗을 전 세계에 흩뿌리는 상상을 해본다.

청테크는 재테크, 근테크보다 훨씬 가성비가 높다. 청테크는 저항, 도발, 창조다. 청테크는 아름답다.

“살림”의 힘으로,

타라. 현경 모심


현경 선생의 제안이 성공한다면 주역 향연의 발표문은 미리 공개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대략 어느 제안에 어느 정도의 후원을 해야 할지 판단하고 현장에 와서 지지하게 됩니다.

창의적인 청년들이 자신의 사회적 과제와 실천을 지지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공론장이 만들어 지는 겁니다.

청년들의 제안에는 카누 배 10대를 구해서 청소년들과 우리 강을 지키는 활동을 하고 싶다. 농촌에서 주민들에게 충성하는 지역 언론을 창간하고 싶다. 버리는 것을 재활용하는 서업을 하고 나 자신도 주워서 살아보겠다. 유기농으로 아로마 향 테라피를 하겠다는 둥 진정성과 열정을 가진 실천들입니다.

주역의 첫 번째 이야기 건괘(乾卦)에는 이런 세상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건괘는 중천건(重天乾)이라고 읽습니다. 두 개의 하늘이 상징입니다. 하나의 하늘은 나의 존재 근거가 하늘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하늘은 내가 사는 이 땅을 하늘처럼 만들겠다는 꿈입니다. 나의 존재 근거를 하늘에 두는 하늘 사람들이 이 땅을 하늘처럼 아름답게 만드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각자는 각자의 본성에 맞는 삶을 통해 이 땅에 하늘을 실현합니다. (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大和)

건괘의 꿈을 가진 사람은 하늘이 쉼 없이 일하듯이 힘껏 일해 스스로 일어섭니다.(天行健 君子以 自彊不息)

그렇게 애쓰는 수많은 이들을 건괘는 용(龍)이라고 합니다.

수많은 용(群龍)이 자기를 실현하며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누구도 우두머리가 없고 앞서나가지도 않습니다. (群龍无首)

각자가 각자의 꽃을 피우는 데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1. 중천건(重天乾)

彖曰 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雲行雨施 品物 流形. 大明終始 六位時成 時乘六龍 以御天.

단왈 대재. 건원 만물자시 내통천. 운행우시 품물 유형 대명종시 육위시성 시승육룡 이어천.

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大和 乃利貞. 首出庶物 萬國 咸寧.

건도변화 각정성명 보합대화 내이정 도출서물 만국 함녕.

건(乾)의 아름다움이여!

세상 만물이 건(乾)에서 시작해서 하늘과 이어진다.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려 만물이 자란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을 따라 아래와 위, 사방의 자리가 정해진다.(東西南北上下)

해는 여섯 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시간을 따라 하늘을 달린다 (春夏秋冬, 24절기)

건(乾)은 변화의 마음. 변화를 통해 만물은 각자 각자에게 하늘이 준 본성을 실현하고 평화가 이루어진다.(乾道變化 各正性命) 만물은 자라고, 세상은 평화롭다.

象曰 天行健 君子以 自彊不息.

상왈 천행건 군자이 자강불식.

하늘이 힘차게 달리듯이 내 힘으로 일어선다. 강건하고 쉼 없이 나아간다.

7. 用九 見群龍无首 吉. 用九 天德 不可爲首也.

용구 견군룡무수 길 용구 천덕 불가위수야.

수많은 용이 함께 하늘을 난다. 우리들은 하늘을 높이 날지만 누구도 앞서가지 않는다. 앞만 보고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옆을 보며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빛살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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