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법체류 단속에 긴급 대응 나선 정부, 야당은 “외교 참사” 비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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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300여 명 체포…정부 긴급 대응 돌입
강훈식 “석방 교섭 마무리…전세기 투입”
국민의힘 “외교 참사…대통령이 책임져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사건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벌어졌다는 점을 들어 “외교 참사”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7일 오후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구금된 국민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 됐다. 행정절차가 남아 있고,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밝혔다.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있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관련 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475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약 300명이 한국 국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금된 국민 대부분은 발급에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취업비자(H비자 등) 대신 B1·B2 단기방문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입국해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근로자들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불법 체류자)은 바이든 정부 때 넘어온 사람들이다.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미국 이민 당국의 대대적 단속이 실시된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에 조 장관은 6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조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 경제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며 “주미 한국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이번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외교부는 현장 대응에도 나섰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영사는 6일 오전 조지아주 포크스턴 ICE 구치소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을 면담하며 인도적 문제 여부를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국 현지 공장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던 우리 국민이 손발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장면과 열악한 시설에 구금된 장면을 국민들이 목도하고 있어 안타까움과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왜 굳이 이런 방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미국이 대한민국을 향해 가장 강력한 형태로 표현한 외교적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건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또 우리가 미군기지를 대상으로 갑작스런 압수수색을 벌인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유감 표시가 이번 사태와 전혀 관련 없는 것인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700조 원의 선물 보따리를 안기고도 공동성명 하나 얻지 못한 외교, 일본은 관세 인하 혜택을 챙기는 동안 한국은 역차별당하는 현실, 그 결과가 이번 대규모 단속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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