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전포동 성수동
부산 전포동은 1950년대부터 부산 최대 철물·공구상가 밀집지로 유명했던 곳이다. 그러다 1980년대 이후 도시환경 변화로 상권이 급격히 쇠퇴했다. 결국 2000년대 초반까지 긴 쇠락기를 맞았다.
2009년 8월께 이 전포동 빈 점포에 직접 원두를 볶아 커피를 내려주는 작은 카페가 하나 문을 열었다. 빈티지 소품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한껏 살린 그 카페를 시작으로 다양한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었고 그게 전포 카페거리의 원형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소담한 카페들이 속속 자리를 잡은 전포 카페거리는 2017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명소 52곳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서울 성수동은 1960년대부터 봉제·금속·기계업체 등이 모인 서울의 대표적 공업지대였다. 1980년대 이후 산업구조 변화로 영세업체가 줄줄이 문을 닫게 되자 빈 공장과 창고가 성수동의 대표 이미지가 됐다. 그러던 것이 2005년 인근에 서울숲이 개장하면서 소셜벤처와 문화예술 사업자 등이 유입됐고 이는 빈 창고 리모델링을 통한 카페·레스토랑·팝업스토어 개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성수동은 MZ세대에게 아날로그 감성 속에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뉴트로’(새로운 복고풍)한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서울의 대표적 ‘핫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쇠락해 가던 공업지대가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신했다는 점에선 전포동과 성수동은 유사한 길을 걸어왔다. 새로운 활력이 주입돼 도시재생을 이끈 시점도 비슷하다. 현재의 모습도 점점 닮아가는 중이다.
전포동은 최근 보도에 따르면 카페가 점점 줄어들면서 카페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고 있다. 대신 개성 있는 점포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이를 상권 성장에 따른 업종 다변화라 보는 시각도 있다. 꼭 카페는 아니라 하더라도 거대 프렌차이즈가 아닌 점포들이 좀 더 다양하게 들어선다면 아마도 성수동의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전포동과 성수동의 공통된 고민은 임대료 상승과 연결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일 듯하다. 성수동이 속한 서울 강동구는 2015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들었고 전포동이 속한 부산 부산진구도 2017년 비슷한 조례 제정을 시도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지역의 가치가 올라감에 비례해 임대료는 끝없이 오르는 중이다. 도시 재생과 상권 활성화의 방정식을 풀어낼 묘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