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도 없는데…” 이주 갈등 격화된 마산 봉암연립주택
1982년 건립된 노후 건축물
긴급안전점검 결과 E·D 등급
사용금지 명령에 이주 준비
소액 이사 지원에 주민 불만
D등급 거주자 지원금도 없어
창원시 "강제집행도 못해 골치"
지난 5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연립주택 내 한 집안에 천장이 무너진 모습. 강대한 기자
속보=준공 4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한 경남 창원시 한 연립주택(부산일보 2025년 5월 27일 자 10면 보도)이 안전진단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반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대부분 주민이 안전한 곳으로 당장 이주해야 하지만 소액의 지원금에 불만을 토로하며 요지부동이다.
8일 창원시에 따르면 마산회원구 봉암연립주택의 긴급안전점검 결과 건물 8개 동 중 4개 동은 ‘E등급’ 나머지 4개 동은 ‘D등급’을 받았다.
E등급의 경우 즉시 사용 금지를, D등급의 경우 보수 보강을 시행하는 수준이다.
현재 건물 구조가 틀어져 곳곳이 파손돼 있으며 천장이 내려앉고 콘크리트 내부 철근 속살도 모습을 드러내 붕괴가 우려되는 수준이다. 일부 세대에서는 누수가 생겨 집안에 방수천을 깔아 두기도 했다.
이 주택은 총 129세대로 1982년 준공됐으며, 현재 65세대에 107명이 실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E등급’을 받은 세대는 38세대로 66명이다. 이들은 창원시 사용금지 명령에 따라 신속히 이주를 진행해야 한다.
경남 창원시 관계자가 지난 5일 오후 마산회원구 봉암동 은혜교회에서 ‘봉암연립주택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창원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주민들 안전 확보를 위해 이주를 지원한다.
사용 금지 명령에 즉시 이주가 필요한 주민들에게 LH나 시영(창원시 직영)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임차비로 최대 1000만 원을 융자하고 이사비로 150만 원을 지원한다.
창원시 관계자는 “LH의 경우 보증금이 면제되는 등 지원액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임대료(월세)도 관련법에 따라 50% 감면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100만 원 남짓한 이사비용만 지원받고 생활 터전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반감이 크다.
봉암연립주택 관리소장은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도 힘든데, 전 재산인 아파트마저 내놓고 나가라는 게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이런 소리는 ‘D등급’을 받은 주민들에게 사치다. 현행법상 ‘D등급’ 거주자에게는 이주비 지원 근거조차 없다.
게다가 관련 법에 따라 2년 내 건물 보수 완료 결과를 행정당국에 통보해야 하는데, 이를 어길 시 세대당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관리소장은 “봉암연립주택 전체가 동일 설계·시공이 이뤄져 사실상 모두 같은 처지다”면서 “누구는 적절한 보상 없이 집을 뺏길 처지에, 누구는 보상도 없이 소외되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도 입주민 이주에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일이라도 무너질 수 있는 건물이지만 이주 거부 시 강제로 집행할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창원시 측은 “건물 사용금지 명령에도 주민들이 이주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를 강제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규정은 따로 없다”면서 “그렇다고 노후 주택을 시비를 들여 매입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기에 골치”라고 털어놨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