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제 상사 사건 기반’·중국 ‘국내 소송 확보 주력’… 양 모델 조합 필요 [부산, 대한민국 해양수도] 6. 해사법원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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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시장 키워 경제 효과 창출
대형 해운 기업 부산 이전 중요

대련해사법원 청사. 정영석 교수 제공 대련해사법원 청사. 정영석 교수 제공

해사법원은 국내와 달리 영국·중국·싱가포르 등 주요 해양강국엔 오래전에 자리를 잡았다. 국제적인 법률 서비스 시장을 키워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국내 사건도 충분히 확보해 전문 법원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11일 해사법학계에 따르면 영국은 13세기 에드워드 1세 당시 해사법원을 설치했다. 런던에 있는 영국 고등법원(우리나라 지방법원급)에서 해사전담부를 두고 소송을 진행한다. 한국 해사 사건 전담부와 달리 행정 조직을 바탕으로 해사법원 기능에 충실한다.

영국 해사법원은 선박 충돌과 같은 규모가 큰 사건과 운송물 손해배상처럼 무역·운송 등에 관한 국제 상사 사건을 전반적으로 심리한다. 해상 무역이 발달한 영국에선 해상보험과 국제 거래 산업이 해사법원과 함께 성장했다. 국제 해사 사건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해사 중재와 해사 소송 등을 통한 런던 해사법률시장 규모는 연간 8조 원대로 추산된다.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정영석 교수는 “영국 해사법원은 판례가 축적된 안정 단계에 올랐다”며 “국제적 계약은 영국법에 준거해 이뤄지는 관행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도중 중재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아 해사 법률 시장도 그만큼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한국해양대 교수와 학생 등이 중국 남경해사법원에 방문한 모습. 정영석 교수 제공 지난해 10월 한국해양대 교수와 학생 등이 중국 남경해사법원에 방문한 모습. 정영석 교수 제공

상대적으로 해운·무역 산업 후발 주자인 중국은 1984년 상해·청도·대련 등에 해사법원을 6곳 설치했다. 2019년 남경에도 추가되는 등 현재는 총 11곳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해운·금융·조선 시장 활성화가 해사법원을 설립한 동기였다.

중국 해사법원은 국제화도 지향하지만, 사건 부족 문제를 막기 위해 국내 민사·행정·형사 사건 등도 담당한다. 국토가 넓은 데다 인구가 많아 11곳으로 나눠도 사건이 부족하지 않다.

부산에 해사법원이 생기면 우선 영국 모델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에서 대부분 이뤄지던 해운·금융 거래 등이 아시아권으로 넘어오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국내 사건 확보는 중국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부산 해사법원이 실질적 기반을 갖추면 선박 거래나 건조 계약 등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양수산부와 HMM 등 대규모 해운 회사 등이 신속하게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해사법원도 조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부산이 국제적 해사 소송에 중심이 되기 전에는 국내 사건을 충분히 확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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