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사활동은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삶의 나침반 같은 존재” 이민지 부산RCY대학봉사단 회장
1205시간 RCY 활동 열혈 대학생
중학 시절 응급처치 경연대회 계기
고신대RCY봉사단 재창단 큰 역할
“환자와 마음 나누는 간호사 될 것”
“봉사는 저에게 삶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입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줬어요.”
부산 고신대학교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민지 씨는 현재 부산RCY대학생봉사단 회장을 맡고 있다. 청소년적십자의 약자인 RCY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 서구 암남동 뒷산에 나무 1만 그루를 심으며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청소년 단체이다.
1205시간의 RCY 활동과 397시간의 봉사 시간을 기록하며 누구보다 RCY와 봉사를 깊이 있게 경험해 온 이 씨는 봉사활동을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스스로 먼저 다가가 마음을 전하는 실천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 씨의 봉사활동은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참여한 활동에서 시작됐다. “어머니께서 2014년부터 적십자 봉사원으로 기부와 봉사를 시작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참가하게 된 RCY 활동은 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참가한 응급처치 경연대회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긴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지식을 배우면서 타인에 대한 책임감과 전문 지식의 필요성을 체감했고, 이 경험은 결국 그가 진로를 간호학도로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중단됐던 고신대학교RCY봉사단을 재창단하자는 요청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로부터 받은 이 씨는 지도교수 초빙을 시작으로 SNS를 통해 고신대RCY봉사단의 활동을 홍보하고 회원을 모집하는 전 과정을 직접 이끌었다. 그 결과 첫해에는 100명의 회원이, 현재는 약 150명의 회원이 정기회의와 봉사활동 참여를 원칙으로 일하며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와 내적 성장을 일궈냈다.
이 씨는 최근 참여 중인 용호종합사회복지관 급식 봉사활동에서 어르신들에게 제공될 음식이 담긴 식판을 식탁까지 정성껏 옮겨드리고, 식사하는 동안 불편함은 없는지 자리를 살피며 도왔던 경험을 떠올렸다. “단순히 식판을 나르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고 느껴요. 밥 한 끼라도 편히 드실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는 것, 그게 진짜 봉사활동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그에게도 봉사가 늘 즐겁고 좋은 일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부산RCY대학생봉사단 회장으로서 활동하면서 심신이 소진되고 지치는 날도 많았다. 학교 수업과 실습 그리고 RCY대학생봉사단의 각종 봉사활동과 행사, 전국협의회 회의 등 일정이 겹칠 때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씨는 “봉사활동은 치유와 회복의 길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봉사는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 연결되며 성장하게 만드는 거울이자 치유의 공간이에요. 봉사는 제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지만, 오히려 제가 더 많이 채워지는 신기한 일이더라고요.” 이 씨의 말에서 봉사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온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학 졸업반으로 취업을 앞두고 있는 그는 “환자들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다가가 마음을 나누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불확실한 미래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주위 친구들이 쉽게 지치고 위축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취업 대신 대학원을 선택하거나, 경력직만 찾는 구직시장에 좌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봉사를 통해 쌓은 관계와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얻은 성취감이 심리적인 버팀목이 돼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제 할 일을 묵묵히 준비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씨는 이어 “RCY 회원들이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서로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르신 이동 봉사, 말벗 봉사, RCY 선후배 간 취업 멘토링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장을 위해 도전하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출발선에 설 때마다 봉사활동의 경험들이 큰 힘이 됐다는 그의 이야기는 봉사활동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