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여주 부산시 시사편찬실 주무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사 모아, 부산의 역사 담아냅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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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사라져가는 마을 생활상 기록
11년간 마을 17곳 어르신 구술 모아
부산근현대구술자료집 발간 작업 전담
“공공도서관·온라인서 많이 읽어주길”

“한 분 한 분의 인생 이야기(생애사)가 쌓여서 한 마을의 이야기가 되고, 그것들이 또 차곡차곡 더해져 부산의 역사로 기록돼 후대에 전해집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소중한 채록을 남기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부산의 사라져가는 마을에 대한 기록을 담은 열여섯 번째 기록, 부산근현대구술자료집 ‘우암동 소막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지난달 발간됐다. 자료집 발간을 도맡고 있는 부산시 시사편찬실 하여주 주무관은 뿌듯해하며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또 수년 간 작업에 함께 한 전문가, 용역팀에 감사를 전했다.

부산근현대구술자료집은 부산시가 2010년부터 매년 1곳 또는 2곳, 총 17곳의 자연마을을 선정해 구술 채록을 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발간하고 있는 책자다. 부산에 인구 유입이 집중됐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에 자연스레 조성됐던 마을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탓에 이들 자연마을에 대한 생생한 구술 기록물을 남기는 작업이다.

자료집은 구술채록 결과물을 활용해 만든 책자이다. 구술채록 대상은 시사편찬위원을 비롯해 역사학 전문가와 협의해 정하고, 구술 채록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용역팀이 현장조사, 심층면접 등의 채록을 진행한다. 대개는 마을 토박이 어르신을 구술자로 선정해 심층면접으로 구술과 증언을 영상과 기록물 형태로 수집한다. 보통 발간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며, 내년 여름 마지막 열일곱 번째 마을인 ‘흰여울마을’에 대한 자료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하 주무관은 “도시 개발로 근현대 부산의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이 작업이 시작됐다”면서 “근현대 자료를 모으는 데는 문헌 기록 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경험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살아계실 때 그분들의 입으로 이야기들을 남겨놓아야 해서 급박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을을 이뤄 모여 살았던 주거 형태는 어쩌면 이제 옛것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발간된 구술자료집 제목만 봐도, 감전동·학장동 사람들 이야기를 시작으로, 닥밭골마을, 매축지 마을, 외양포·대항마을, 임기마을, 남산동마을, 무지개마을, 감천문화마을, 대천마을, 학리마을, 안창마을, 물만골, 돌산벽화마을까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보존되고 있는 일부 마을을 제외하면 어느덧 기록 속에서나 존재하는 마을들이 대부분이다.

하 주무관은 “한국전쟁 때 만들어진 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굉장히 고령이시기 때문에 건강히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 참 다행이다”면서 “심층 면담을 통해서, 만주에서 출생해 전쟁 때 내려와 정착했다는 소막마을 어르신, 실제로 일본인 무덤 위로 뛰어다니며 놀았다는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어르신, 신발공장과 비누공장에 다녔다는 안창마을 어르신들까지 평범해 보이는 한 사람일지라도 그들의 생애사 속에 부산의 근현대 생활상과 역사가 다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또 “어르신들을 만나 인생사를 듣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부분이나 놓쳤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참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사업으로 마을이 사라져 조사대상 마을을 바꾼 적도 있었다. 하 주무관은 “범일동 중앙시장 옥상마을이라는 곳을 선정해 놓고 막상 조사를 시작하니 이미 다 철거가 된 적이 있었다”면서 “마을도, 주민도 남아있지 않아서 결국 문현동 안동네라고 불리던 돌산벽화마을로 변경해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 마을도 지난해 재개발로 사라졌다고. 그는 “다행히 재개발 직전에 구술 채집을 마쳤고, 자료집에 실어야 하는 마을의 현재 사진은 검색 끝에 찾아낸 여행 블로거의 사진을 인용해 실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마을을 주제로 한 구술채록 사업은 2021년도를 마지막으로 일단락됐다. 이제 더 조사를 나갈 마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보다 다양한 부산 현대사 발굴을 위해 2022년부터 음악, 영화, 연극, 무용 등과 같은 각 주제별 구술 채록으로 사업을 전환했고, 주제사에 대한 구술 성과물을 정리한 ‘구술로 보는 부산○○의 역사’를 발간하고 있다.

하 주무관은 “어르신들 말씀을 귀기울여 들으면서 지역의 역사를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뿌듯함이 컸고, 이 때문에 구술해주실 어르신이 살아계실 때는 솔직히 정말 반갑고, 그 이야기들 또한 모두 귀하고 소중하다”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도, 또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기에 잘 듣고 잘 기록해서 잘 남겨주고 싶다”고 소소한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많은 시민들이 찾아봐주기를 당부했다.

부산근현대구술자료집은 부산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공공도서관과 대표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고, 부산시청 홈페이지와 시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찾아볼 수 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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