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 정권 바뀌었다고 유야무야하나
산업부 주요 에너지 정책 소극행정 일관
차등 요금제 등 정책 일관되게 추진해야
분산특구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와 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일대. 김경현 기자 view@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우선 추진해 온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이하 분산특구) 선정 사업이 길을 잃었다. 분산특구 선정을 확정해야 할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심의 기구인 에너지위원회 구성과 출범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부산과 울산을 비롯해 최종 후보지에 오른 지역에서는 정부에 에너지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해 특구를 확정해 달라고 하소연을 하고 나선 지경이다. 여기에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 요금제) 도입 등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시급한 주요 에너지 정책까지 오리무중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산업부는 분산특구 지정을 확정할 에너지위원회 임기 2년이 이미 종료했음에도 새 에너지위원회 구성을 미루고 있다. 이로써 지난 5월 부산·울산 등 전국 7곳을 분산특구 최종 후보지로 결정하며 상반기 중으로 분산특구를 확정하겠다고 밝힌 정부 계획은 일단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답답해진 지자체들이 이달 들어 산업부에 에너지위원회 조속 출범과 개최를 잇따라 요청하고 나섰으나 산업부는 난처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답을 얼버무리는 중이다. 산업부 소관이던 에너지 정책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따라 주요 에너지 정책을 뒷전으로 밀어내 버린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역으로서는 분산특구만큼이나 중요한 차등 요금제의 실시 여부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차등 요금제는 당초 올해 안 정부 연구 용역 종료 이후 올해 도매요금, 내년 소매요금 적용이 목표였으나 정권 교체 이후 용역 종료 시점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내년 2월 용역 결과 도출설이 흘러나오지만 자칫 더 늦어질 경우 차등 요금제 도입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차등 요금을 수도권·비수도권·제주 등 3분할로만 적용하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되자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전력자급률에 따른 다단계 차등 적용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정부가 소극적이어서 논의 반영 차질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분산특구 지정과 차등 요금제 도입은 전력 생산과 소비의 합리화를 통해 균형발전까지 실현할 수 있는 정책으로 꼽힌다. 역대 정부를 거치며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추진 필요성을 차곡차곡 쌓아온 국가 주요 에너지 정책이다. 정권 교체 이후 소극행정 탓에 이처럼 중요한 에너지 정책조차 방향성을 상실하고 유야무야 되거나 지연 우려에 휩싸인다면 에너지에 기댄 파생 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 같은 정부 부처의 소극행정에 자칫 정부 조직개편이 빌미를 줬다면 더욱 곤란하다. 정부 부처 위에 총리와 대통령을 둔 것은 정부조직 변동과 무관하게 정책 일관성을 지켜내라는 헌법의 명령이라고 봐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