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발 뺀 현대건설 부정당업자로 제재할 수 없다니
기재부 국가계약법 유권해석 통해 밝혀
나쁜 선례 남기고 동남권 모독하는 처사
가덕도 전경.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은 수도권 일극화라는 망국적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된 중차대한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은 현재 삐걱거리고 있다. 하루하루 시간은 지나가고 있지만 공사업체조차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사달은 올 5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서 손을 떼면서 발생했다. 부울경에서는 수의계약 후 입찰 조건을 어기고 무리한 공기 연장을 주장하다 결국 공사 불참을 선언한 현대건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현대건설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준 업체를 제재할 수 없다니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현대건설을 공공입찰 제한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계약법 유권해석을 전달했다. 국가계약법 소관부처인 기재부는 국토부의 요청으로 현대건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아니하거나 방해하는 등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해석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현대건설을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공공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현대건설에 건설 본 계약 체결 의무가 없다며 부정당업자로 제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에 대한 면죄부는 동남권을 모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현대건설은 정부가 제시한 84개월 안에 안전하게 공사를 마무리할 수 없다며 협상을 벌이다가 끝내 공사 불참을 선언했다. 현대건설은 공기 108개월을 고집했다. 현대건설의 일정 변경 제안은 국가계약법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국가 명운이 달린 공공사업에 대한 책임감을 저버린 것은 물론 가덕신공항 일정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야기했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에 본계약 의무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춰 원칙적인 해석을 내렸다. 기재부가 이 사안의 중요성을 제대로 판단했을지 의문스럽다.
현대건설이 이대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이것은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기재부의 논리에 따르면 향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설업체가 협상을 포기할 경우, 설계·시공 일괄입찰에서 실시설계자가 실시설계를 포기할 경우, 수의계약 상대자가 계약 체결을 거절할 경우 등엔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 반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국책사업은 공기 지연 등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 공사비 증가에 따른 국민 피해도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사안을 한층 정밀하게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국가계약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국책사업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업체에 대한 제재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