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그들은…
일제강제동원역사관 특별전
유해조차 고국 돌아오지 못해
후손 고통 여전히 현재진행형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기념행사와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을 다채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들이 남긴 편지와 사진, 당시 영상과 광복 80주년을 주제로 한 공연과 미술 작가의 연계 전시도 있다. 그런데 정작 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짊어진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고국으로 오지 못했다.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의 제목은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이다.
역사관을 운영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준비한 이 전시는 사실 지난 8월 4일과 5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렸다. 전시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고 큰 관심을 받았다. 재단은 좀 더 많은 국민에게 일제 강제 동원의 실상을 알리고, 피해자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이 전시를 이어가기로 했다.
역사관 6층 기획전시실의 반 정도만 사용한 이 전시는 양쪽 벽에 긴 패널을 세운 단순한 형태이다. 유명한 독립 투사의 얼굴도, 교과서에 나오는 항쟁 사진도 없다. 새롭게 발굴한 사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묵직한 울림과 긴 여운이 남는 특별한 전시이다.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반선영 팀장은 “집안의 가장이 강제 동원돼 돌아오지 못했고, 그들의 자제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교육, 취업, 결혼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고 안타깝게도 그 아픔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희생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 후손에겐 아직 광복이 오지 않았다. 그들의 후손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유족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진전의 개최 이유이다”라고 소개했다.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모습. 김효정 기자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 포스터.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제공
전시는 일제 강제 동원의 유형부터 실제 어떻게 끌려가고 어떤 일을 했는지 사례, 생존자의 증언, 한국으로 모셔 오지 못한 유해 이야기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10대 초중반의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부터 뼈밖에 남지 않은 몸으로 탄광과 비행장,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모습이 있다. 생존자들은 오래 전의 일이지만, 어제처럼 생생하게 당시 사건을 증언하고 있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던 중 아빠 심부름으로 속초에 갔어요. 거기서 형사가 부르더니 여관에 감금하는 겁니다. 납치죠. 거기 사람들 모두 가족에게 연락도 못 한 채 일본 탄광에 끌려갔어요.” “일본 홋카이도 광업소에 강제로 끌려 온 조선인이 14명 있었는데 나 빼고 다 죽었어요. 그 이름들 다 기억해요. 불러볼까요?”
잘 알려진 위안부 동원 말고도 ‘군인 동원’ ‘군무원 동원’ ‘노무 동원’ 등 잘 알지 못했던 강제 동원 이야기도 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군무원으로 동원돼 명령에 따라 조선인을 감시했지만, 광복 후 전범으로 몰려 또 고통을 받은 사연은 비극이다. 외국으로 동원된 조선인 중 여전히 상당수가 타국에 방치된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2004년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강제 동원 희생자의 유해 봉안에 관해 합의했고, 일본 정부는 일본의 전국 사찰에 보관된 조선인 유해 2700위를 파악해 한국 정부에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유해 봉환 협상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신원 소재지가 파악된 유해조차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거나, 가족과 헤어지거나, 견디기 힘든 고통을 당한 이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저변에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피와 땀,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광복 80주년이지만, 여전히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모셔 오기 위해 여러분의 애정이, 관심이, 지지가 필요합니다.”
‘광복 80년: 강제 동원 희생자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전시의 마지막 글이다. 이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