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견생·묘생 2막 여는 새 둥지 될까
고성군 동물가족센터 26일 개관
국비 등 31.6억 원 투입해 신축
보호실, 격리실, 놀이터 등 조성
“보호대상 아닌, 함께하는 가족”
올바른 반려문화 확산 거점 활용
국비 등 31억 6000만 원을 투입해 신축한 고성군 동물가족센터. 고성군 제공
경남 고성군이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반려동물들이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쾌적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반려동물은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은 ‘동물가족센터’다.
낡고 비좁은 우리에 갇힌 채 죽음의 순번만을 기다리던 유기동물에게 견생·묘생 2막을 제공하는 둥지가 될지 주목된다.
고성군은 오는 26일 기존 유기동물보호소 기능을 전면 개편한 동물가족센터(고성읍 동해로 123)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25일 밝혔다.
국비 3억 원, 도비 2억 원 등 총 31억 6100만 원이 투입된 센터는 연면적 654㎡, 지상 2층 규모다.
실내에는 유기견 보호실과 격리실, 고양이 보호실, 진료실, 반려인 전용 휴게공간, 입양상담실 등을 갖췄다.
보호실에는 한 번에 최대 10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다. 실외에는 830㎡ 크기 반려동물 놀이터도 조성했다.
센터 신축은 기존 보호소에서 발생한 높은 안락사율(86.7%)과 낮은 입양률(6%) 그리고 비윤리적 보호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고성군은 2010년부터 지역의 한 동물병원에 관내 유기동물 관리를 맡겨왔다.
그런데 2021년 한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열악한 환경과 부실한 관리 실태가 드러나 ‘유기동물 지옥’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고성군은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고 농업기술센터 내 창고 1동을 개조해 임시보호소를 마련,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8개월여 만에 입양률은 도내 최고로 높아지고, 안락사율은 전국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유기동물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고성군 농업기술센터에 마련된 임시 보호소. 80마리가 적정 수준이 시설에 180여 마리가 들어차면서 과밀 수용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불거졌다. 부산일보DB
이에 고성군은 새 센터를 건립해 더 나은 동물복지 환경을 구축하기로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소음과 악취를 유발하는 ‘혐오 시설’이란 낙인 탓에 설 자리를 찾지 못해 2년 넘게 하세월 했다.
최초 공룡엑스포 주차(회화면 봉동리)를 점찍었지만, 인근 마을 주민들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임시보호소가 있던 농업기술센터 안을 대체지로 낙점했다. 공공기관 용지에 들어서면 접근도 쉽고, 혐오 시설 이미지도 탈피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군의회에 발목이 잡혔다.
군의회는 인근 주민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며 센터 건립에 필요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부결시켰고, 계획은 백지화됐다.
이 과정에 임시보호소는 임계점에 닿았다. 80마리가 적정 수준인 임시 시설에 배가 넘는 180여 마리가 들어찼다.
낡고 비좁은 임시보호소에 갇힌 동물들은 또다시 죽음의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결국 고성군은 최종 건립 예정지로 상하수도사업소 내 족구장을 확정했다.
추가 매입비용이 들지 않는 데다, 민가와 멀어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곳 역시 민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시설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하필 내 집 앞에 혐오 시설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고성군은 15일 농업기술센터 내 임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 입양 행사를 열고 공공기관 분양을 마무리했다. 고성군 제공
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고성군은 주민 설득에 나섰고, 작년 8월 첫 삽을 떠 꼬박 1년 만인 지난달 완공했다.
고성군은 새 센터를 단순한 유기동물 보호시설이 아닌, 반려문화 확산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 그리고 대한수의사회와 손잡고 센터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력 모델을 도입한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센터 운영의 투명성·윤리성 강화, 입양 연계 확대 역할을 전담한다. 대한수의사회는 유기동물 진료와 치료 지원, 입양 활성화를 위한 수의학적 자문을 수행한다.
고성군은 이를 토대로 유기동물 구조·입양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입양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 보호소 견학과 입양 상담, 시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군민과 반려동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센터는 과거의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인 동시에 전국 지자체가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