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운영에 불러도 대답 없는 ‘바우처 택시’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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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바우처 택시 994대 운행
창원서 승객 콜 폭주하는 사이
하동서는 2달간 운행 실적 1건
승객·기사 양쪽 호평에도 불구
시군 역량 따라 배차 '극과 극'

경남 창원시에 한 바우처 택시가 주차돼 있다. 창원시 제공 경남 창원시에 한 바우처 택시가 주차돼 있다. 창원시 제공

고령자와 임산부 등 교통약자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바우처 택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경남 내 지자체마다 지역 수요를 고려해 택시 수 등을 조정해 왔지만, 비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25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군에서 총 994대의 바우처 택시가 운행 중이다. 경남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다섯 번째로 바우처 택시 수가 많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김해가 190대로 가장 많고, 창원 143대, 거제 100대, 진주 97대, 양산 90대 순이다. 의령이 8대로 가장 적으며, 거창군은 올 하반기부터 10대를 운행하기로 했다.

바우처 택시는 휠체어는 필요 없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과 65세 이상 고령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다. 경남특별교통수단 콜센터(앱)를 통해 바우처 택시를 부르면 시군 내에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승객이 2000원 안팎의 비용만 내면 나머지 요금은 행정당국이 지급한다. 택시 기사도 이동 요금 외 건당 2000원 안팎의 수당을 챙길 수 있어 승객과 기사 모두 이득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시스템 미비로 중구난방 식의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많은 지역은 택시 수가 적어 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반면 일부 지역은 홍보 부족 등으로 이용 실적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4년간 경남 바우처 택시의 배차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창원이 109만 3484건으로 가장 많다. 실적 2위인 진주(19만 3884건)보다 5배나 높은 수준이다.

창원의 이용 실적은 매년 적게는 10만 건에서 많게는 26만 건씩까지 꾸준히 오르고 있다. 5억 원 규모의 관련 예산도 최근엔 50억 원으로 불어났다.

창원은 인구 100만 명이 밀집된 대도시인 데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산모는 출산 후에도 1년간 택시 이용이 가능하도록 배려해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배차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시민 불만이 크다.

임신 26주 차인 창원시민 박소희(33) 씨는 “매번 앱을 통해 콜 접수하고 20분을 기다려도 바우처 택시가 잡히질 않아 결국 일반 택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창원시청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도 비슷한 불편 민원이 수십 건 게재됐다. 콜센터에서는 배차 실패율을 3% 내외로 보고 있지만 이는 확정된 배차가 취소된 경우만 집계한 것에 불과하다.

창원과는 정반대로 바우처 택시 수가 32%나 많은 김해는 누적 실적이 15만 3638건에 그치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창원의 7분의 1 수준이다.

하동의 경우는 바우처 택시 운행 개시 2달간 이용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인구 3만 5000명의 소도시 함양에 바우처 택시 60대가 집중되어 있는 상황 역시도 효율적인 운영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군 단위 지역에서는 바우처 택시보다 저렴한 1200원(인당 300원)에 이용 가능한 ‘브라보 택시’가 더 인기다. 의령·함안·고성·거창 등이 뒤늦게 바우처 택시 사업에 참여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경남도가 운영하는 브라보 택시는 벽지·오지마을 주민이 대상이다. 한 해 60만 명 안팎의 도민이 이용하고 있어 사실상 중복된 교통 정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경남도에서는 바우처 택시 운영 주체가 각 지자체라 효율성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교통약자법에 따라 경남도가 지자체별로 규정을 강제하긴 사실상 힘들다”라며 “중앙부처에서 모든 대상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해 일괄적인 지침을 세우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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