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러,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 ‘머니 무브’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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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상반기 실태 조사
원화예치금 42% ‘뚝’·거래규모↓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 본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 본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투자자는 늘었지만, 하루 평균 거래 규모와 원화 예치금이 일제히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둔화로 투자자들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 눈길을 돌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5개 가상자산사업자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상반기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원화 기반 가상자산거래소(원화마켓) 등 17개 거래업자와 8개 보관·지갑 업자다.

조사 결과 가상자산 거래업자의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6조 4000억 원이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12% 감소했다. 원화마켓은 6조 4000억 원으로 12% 줄었고, 코인마켓은 6억 1000만 원으로 286% 증가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제도권 은행과 실명계좌를 제휴 시 원화마켓으로 전환할 수 있다. 코인마켓은 원화가 아닌 코인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95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 증발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4473조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 빠졌다. 원화 예치금은 6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2% 급감했다. 이는 대기성 거래 자금이 대폭 줄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가상자산 거래 감소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수익도 줄었다.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의 매출은 1조 1487억 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6%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7% 줄어든 6185억 원을 기록했다. 원화마켓은 6360억 원, 코인마켓은 174억 원 적자다.

이용자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거래 가능 이용자는 1077만 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11% 불어났다. 이 중 99.99%가 개인이다. 법인은 220개 사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00만 명(27.9%)으로 가장 많았다. 40대 292만 명(27.1%), 20대 이하 204만 명(18.9%), 50대 202만 명(18.8%) 순이었다. 보유 자산 규모별로는 50만 원 미만 보유자가 645만 명(59.9%)으로 가장 많았다. 1000만 원 이상 1억 원 이하 보유자는 91만 명(8.5%)으로 집계됐다. 1억 원 이상 보유자는 18만 명(1.7%)이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1538개(중복 포함)로 181개 증가했다. 중복을 제외하면 653종으로 55종 늘었다. 한 곳에서만 거래되는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279종이다. 이 중 43%(121종)의 시가총액이 1억 원에도 못 미친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가격변동과 유동성 부족 등 시장 위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가격 변동성도 커졌다. 평균 최고점 대비 가격하락률(MDD)는 72%로 지난해 하반기(68%) 대비 4%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MDD는 27%, 코스닥 지수는 20.7%였다.

거래업자의 가상자산 외부 이전(출고) 금액은 101조 6000억 원으로 5% 늘었다. 이 중 신고사업자 간 100만 원 이상 이전에 적용되는 ‘트래블룰’ 대상 금액은 20조 2000억 원(20%)이었다. 화이트리스트(사전 등록된 해외사업자·개인 지갑)로 건당 100만 원 이상 이전된 규모는 78조 9000억 원으로 4% 늘었다. 당국은 차익거래를 위해 가상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추정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원화마켓과 달리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다양한 법정화폐로 스테이킹(예치 보상)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머니 무브(자금 이동)’를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보관·지갑 사업자의 총 수탁고도 7398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0% 감소했다. 이용 고객 수도 759명으로 41%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관세 갈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으로 전년도 대비 가상자산 시장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해외 기관의 투자 확대로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지만, 개인 투자심리가 약화돼 다른 가상자산 가격은 전반적으로 혼조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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