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성 구인 광고 온라인서 여전히 활개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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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보장’ 조건 내세워 구직자 유혹
해외 취업 범죄 조직원 포섭 방식 유사
일자리 부족한 지방 청년들 특히 위험
“불법 구인 게시글에 강력 제재” 목소리

최근 캄보디아에 탐문 수사를 다녀온 오영훈 부산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프놈펜에서 촬영한 한 범죄단지. 연합뉴스 최근 캄보디아에 탐문 수사를 다녀온 오영훈 부산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프놈펜에서 촬영한 한 범죄단지. 연합뉴스

최근 캄보디아 등 일부 국가에서 만연한 취업 연계 한국인 대상 범죄에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온라인에는 여전히 범죄 연관이 의심되는 구인 광고가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 하자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SNS에서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좌절한 청년들을 노린 범죄로 보고 범죄의 시작점인 불법 구직 웹사이트와 구인 게시글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5일 불법 해외 근무 구인 광고의 온상으로 지목된 웹사이트 ‘하데스 카페’에는 여전히 범죄와 연관성이 의심되는 게시물들이 등록되고 있었다. 이들 게시물 대부분은 고수익 보장, 항공권 지원 등 조건을 내세워 구직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에 게시된 한 텔레마케터 구인 광고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 5일 근무 조건으로 월 1000만 원 이상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광고 글 작성자는 최근 불거진 해외 취업 관련 범죄 소식을 의식한 듯 ‘근무시간 이외 통제가 없다’는 점을 별도로 표기했고, 1인 1실 숙소와 초기 생활비도 지원한다고 내세웠다.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웹사이트는 자정 의지를 밝혔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하데스 카페 운영자는 이날 첫 화면에 배너를 띄워 “이미 등록된 게시물을 포함해 앞으로 해외 관련 구인·구직 게시물 전면 차단하고 이를 어긴 계정은 영구 정지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해외 취업이나 ‘대포 통장’ 등 불법적인 키워드가 포함된 일부 게시물은 삭제됐다. 하지만 대부분 광고들이 '단기간 고수익 보장' 등 제재 근거가 없는 키워드만 노출한 뒤 자세한 업무 내용 등은 텔레그램에서 개별 상담을 유도하고 있어 범죄 시도가 은폐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해외 구직 광고 내용은 최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해외 취업 범죄 조직의 조직원 포섭 방식과 유사해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부산지법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로맨스 스캠’ 사기로 범죄 조직이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는 한국인 조직원 3명에게 실형을 선고(부산닷컴 9월 24일 보도)했다.

범죄 조직에서 탈출하지 못한 피해 조직원의 한국 가족들은 경찰에 실종이나 감금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하지만 상당수의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신고는 143건이다. 이 중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되지 않아 수사가 진행 중인 사례는 52건에 달한다. 지난 8월 기준 외교부에만 신고하고 경찰에 제출되지 않은 사건이 255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크다.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일부 피해 조직원의 가족들은 범죄 제보·고발 오픈 채팅방을 통해 행방을 수소문하는 실정이다. 텔레그램 채널 ‘범죄와의 전쟁2’에는 캄보디아로 아르바이트를 간 뒤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는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이 채널에서 공유되는 정보 등을 단서로 자체적으로 실종자를 찾아 나서거나 범죄 조직과 접촉하고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혼란을 키운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잇따르는 해외 취업 관련 범죄의 배경에는 구직난 등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지방 청년들이 범죄 조직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최근 돈을 벌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대구에 살던 30대 남성이 지난 12일 실종되기도 했다.

경성대 경찰행정학과 이상훈 교수는 “상식 밖의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일자리의 경우 범죄에 연루되거나 생명에 위협이 우려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불법 해외 취업 알선 사이트 등을 과감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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