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민병원은 잠들지 않는 병원… 백년 기틀 다지는 것이 목표” 정흥태 인당의료재단 이사장
환자 중심·최고의 진료 원칙 고수
스마트 헬스케어 혁신 그룹 도약
해외 의료기관과 파트너십 확대
오는 14일 ‘40주년 기념식’ 개최
“부민병원은 잠들지 않는 병원입니다. 지난 40년이 부민병원의 성장기였다면 앞으로 40년은 ‘미래형 스마트 헬스케어 혁신 그룹’으로의 도약기가 될 것입니다. ‘백년 병원’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자 목표입니다.”
1985년 부산 금정구 서동의 작은 ‘정흥태정형외과의원’에서 출발한 부민병원그룹이 올해로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부산의 한 골목에서 시작한 개인의원이 이제는 서울과 수도권까지 아우르는 종합 의료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을 세운 인당의료재단 정흥태 이사장은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시간이 흘렀지만, 고향 환자들에게 최고의 의료를 제공하겠다는 초심만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의 기억 속에는 개원 첫날의 긴장감과 첫 환자의 따뜻한 인사가 여전히 선명하다. 이후 1990년 북구 부민병원으로 확장하고, 2008년 법인 전환을 거치며 병원은 지역의 대표 의료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 이사장은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부산 북구는 의료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한계가 있어 더 큰 도전이 필요했다”는 그는 2011년 ‘지방 병원이 서울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만류를 뒤로하고 서울 진출을 결심했다. 서울 강서구에 서울부민병원을 세운 것은 ‘실력으로 승부하면 통한다’는 믿음이 토대가 됐다. 서울부민병원 역시 지역 대표 기관으로 성장했고, 김용정척추변형센터·임상시험센터 등을 잇따라 개소하는 등 R&D센터로서 서울-부산간 의료 간극을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부산에서 시작한 우리의 저력을 증명한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이 꼽는 부민병원 성장의 원동력은 ‘사람’이다. 그는 “병원은 혼자 키우는 게 아니다”며 “어려울 때마다 함께 꿈꾸며 헌신한 직원들, 부민병원을 믿고 찾아준 환자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부민병원의 모든 의사 결정에는 ‘환자 중심’ ‘최고 의료’라는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의료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는 그는 “환자를 위한 병원, 전문화된 의료, 무엇보다 ‘비욘드 엑셀런트’의 마음가짐이 부민병원의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부민병원은 첨단 AI·로봇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병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시스템을 도입해 수술 정확도를 높이고, AI 기반 건강 예측 및 퇴원 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생활 속 주치의’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환자와 의료진이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데이터 기반의 의학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시대”라며 “부민병원은 이 변화의 중심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부민병원은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도 선도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 등 관절·척추 재생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재생의학은 손상된 조직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미래 의학의 핵심”이라며 “수술 없이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부민병원은 세계무대를 향한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최고 정형외과 병원으로 꼽히는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 및 코넬대와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국제적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실제 서울과 해운대부민병원에는 외국어 전담 직원과 국제진료센터가 상시 운영되며 해외 환자 진료와 보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의료에는 국경이 없다”는 그는 “세계적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동시에 글로벌 표준에 맞춘 의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4일 부민병원그룹은 시그니엘 부산에서 40주년 기념식을 열고 사사(社史) 봉정식과 함께 ‘비전 2030 전략’을 선포한다. 정 이사장은 “이번 행사는 지난 40년의 여정을 함께해온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미래 의료 혁신을 향한 담대한 포부를 공유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40년을 향해 있다. 최근 서울 마곡에 개원한 ‘부민 프레스티지 라이프케어 센터’는 예방·재활 중심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강화한 모델로, AI 기반 통합 건강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어 2027년 2월에는 500병상 규모의 ‘명지부민병원’이 문을 열 예정이다. 그는 “명지부민병원은 지역 거점병원이자 그룹의 새로운 40년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각 병원이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는 허브가 되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의료 네트워크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부민병원의 길”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의료의 목적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그 건강을 통해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의료의 본질을 정의하면서 “앞으로도 그 사명을 잊지 않고, ‘백년 병원’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