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 부산 지자체 12곳 의회사무 부서 행감 안 해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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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동·부산진·수영구 제외한 12곳
의회 지원 부서 대한 행정감사 미실시
기장군은 1995년 군의회 개원 후 ‘0회’
“자정력·투명성 위해 행감 필요” 목소리

사진은 부산시의회. 부산일보DB 사진은 부산시의회. 부산일보DB

부산 16개 구·군 중 12곳에서 의회 지원 부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의회 운영 명목으로 수억부터 수십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사용하고 있지만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의회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부산 16개 구·군 기초의회에 따르면 올해 의회사무국 또는 의회사무과(이하 의회 지원 부서)를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는 곳은 해운대·동·부산진·수영구의회 4곳이다. 부산시의회도 올해 의회사무처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다.

반면 12개 구·군 기초의회는 올해 의회 지원 부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기장군의회는 1995년 개원 이래 단 한 번도 의회 지원 부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사무감사는 매년 11~12월에 기초의회가 기초 지자체의 행정사무 전반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는 행정 절차다. 주로 기초 지자체 주요 사업에 대한 예산 사용의 적법성과 효용성을 따진다.

지역마다 감사 여부가 다른 것은 조례 해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각 기초의회는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를 둬 감사 대상과 범위를 정하고 있다. 통상 기초 지자체 전 부서와 보건소 등이 명시돼 있는데, 의회 지원 부서는 포함 여부가 명시되지 않아 자의적 해석에 따라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한 기초의회 하부 조직으로 사실상 ‘제 식구’인 의회 지원 부서를 구태여 감사하지 않는다 분위기도 이러한 감사 사각지대 탄생 배경이다.

부산의 한 기초의회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 관련 조례에 의회 지원 부서는 감사 대상이라고 적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진구의회 관계자는 “관련 조례에 의회 지원 부서를 배제한다는 내용이 없기에 기초 지자체와 같이 감사한다”고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의회 지원 부서도 똑같이 세금을 사용해 운영되기에 사용처를 명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부산 16개 구·군 기초의회 본예산은 약 222억 3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추경을 통해 확보된 예산까지 고려하면 매년 수백억 원이 부산 기초의회 살림살이로 쓰이나 그에 대한 적절한 검증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국 기초의회 해외 출장에서 예산이 부정하게 집행된 정황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감사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17개 시도 의회와 전국 226개 기초의회 해외 출장 915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405건(44.2%)에서 항공권 위조로 실제 항공료보다 많은 예산을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에서도 의회 직원들의 출장비를 대납했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9월 북구의회 의회 지원 부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불발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은 성명서를 내고 “스스로 자정력과 투명성을 키우기 위해 행정사무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희 북구의원은 “주민 세금으로 기초 의회가 운영되므로 행정사무감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러한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주민을 대리하는 기초 의원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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