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도 상해사고 인정…금감원 “보험금 지급해야”
의료과실·고지의무 소비자 유의 사항 안내
오진·설계사 고지 방해시 보험금 지급 판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건물 전경.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당국이 의료과실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장애를 얻을 시 보험약관상 ‘상해사고’로 인정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의료과실이나 오진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지속되자, 당국이 보험사와 소비자 간 갈등을 직접 정리해 나선 것이다.
6일 금융감독원은 의료과실 사고·고지의무 관련 분쟁 사례를 통해 소비자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질병·상해를 다루는 제3보험과 관련해 의료과실, 고지 의무 위반 등에서 보험금 부지급 분쟁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이 제시한 한 사례를 살펴보면 A 씨는 비뇨기 수술을 받은 뒤 의식 저하로 대학병원에 이송된 후 사망했다. 수술 병원은 부적절한 수술에 따른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했다. 유족은 보험사에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회사는 ‘예상이 가능한 수술 부작용’이라는 등의 사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의료과실은 내부 질병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돌발적 사고로, 약관상 상해에 해당한다”며 “병원과 피보험자 간 합의 등 객관적으로 의료과실이 입증될 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례에서는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하반신 마비 장애 판정을 받은 환자에 대해 보험사가 “직접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외부적 요인이 아니다”라며 지급을 거절했으나, 금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잘못된 처치를 한 ‘작위’뿐 아니라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부작위 의료과실이 신체에 침해를 초래했다면 외부 작용을 인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험 가입 단계 시 설계사가 고지를 방해했다면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지의무는 보험 가입 시 가입자가 질병력이나 직업 등을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의무다. 녹취 또는 모집경위서 등을 통해 설계사가 고지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방해 사실이 확인된다면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
특히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 위반 사항과 관련 없는 보험사고에 대해선 보험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했다.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는 타당하지만, 과거 질병력과 상해사고는 인과관계가 없기에 상법과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계약 체결 시 고지의무 사항에 대해 사실대로 알려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다만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위반 사항과 보험사고 간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엔 해지 전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