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울린 부산, 모두가 하나 된 오후”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열하루 오후3시 아리랑 음악회’
부산 부경대 대학극장 11일 오후 3시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대학극장.

11일 오후 3시, 무대 위에 울려 퍼진 첫 선율은 낯설지 않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열하루 오후 3시 아리랑 음악회’가 고요하게, 그러나 단단한 울림으로 막을 올렸다.

행사는 사단법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회장 강충걸)가 주최하고, 부산시와 지역 기업, 시민 사회가 함께 참여해 ‘장벽 없는 문화예술의 장’을 만들어냈다.

이날 사회는 KNN 아나운서 황범이 맡았다. 그는 객석을 향해 차분히 당부했다.

“휴대전화는 잠시 내려두시고,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아리랑 음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 부산의 대표 기업인들과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또 코리아오션텍 정광현 대표가 공연장 장애인 안전 강화를 위해 자사 개발 AI CCTV를 지원했다.

정성우 (주)지맥스 대표이사,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 이근철 (주)삼정 회장, 이영재 당코리 회장, 고주복 BCM 커피머신백화점 대표, 이경욱 (주)참콤 회장, 황소룡 디에이치테크(주) 대표이사, 박진수 법무법인 대범 대표변호사, 이경혜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유영호 (사)부산지체장애인단체협의회 회장, 이이헌 (사)부산정신건강복지협회 회장, 유호재 한국주택금융공사 상임이사, 김치용 동의대 대외협력 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성우 지맥스 대표이사는 이번 음악회의 후원회장으로 나섰다. 그는 인사말에서 윤동주의 ‘서시’를 언급하며 조용히 운을 뗐다.

“오늘의 공연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처럼, 여러분과의 소중한 만남을 빛내고 싶습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정신이자, 통일과 화합의 상징입니다. 진정한 음악은 우리의 영혼을 울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의 무대가 바로 그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의 말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

정 회장은 단순한 후원자를 넘어, 사회공헌과 문화예술 후원의 ‘실행형 리더’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국립부산과학관에 5000만 원을 기탁하며 과학 꿈나무 육성에 힘을 보탰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명예회장, 적십자 ‘레드크로스 아너스클럽’, 초록우산 ‘그린노블클럽’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부는 (사)시읽는문화 김윤아 이사장이 이끄는 ‘시낭송 시극팀’의 무대로 문을 열었다.

황금찬 시인의 ‘어머님의 아리랑’과 문정희 시인의 ‘새 아리랑’이 잔잔하게 낭송되자, 객석은 이내 숨을 고른 듯 고요해졌다.

낭송 사이사이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이 시의 여운을 더하며, ‘아리랑’이 품은 그리움과 어머니의 따스한 정이 객석 가득 번져갔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지글리합창단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로마 바티칸성당 미사 초청 공연을 다녀온 실력파다. 이들은 ‘아름다운 나라’, ‘홀로 아리랑’을 완벽한 하모니로 소화하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뒤이어 아이노스밴드의 재즈풍 연주가 이어졌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와 양방언의 Frontier가 연이어 흐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가 함께 만들어낸 ‘공존의 리듬’이 극장을 가득 채웠다.

무대는 점차 열기를 더했다. 초대 가수 서정아는 ‘비비각시’와 ‘아름다운 강산’으로, 가수 윤영아는 ‘미니데이트’와 ‘밤이면 밤마다’로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한일라이온스클럽의 라인댄스 팀은 경쾌한 줌바댄스로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마지막 무대는 평양예술단의 민요 공연이었다.

‘반갑습니다’, ‘강원도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 남북의 선율이 교차하며 관객들은 자연스레 손을 흔들었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출연자 전원이 함께한 ‘아리랑 합창’이 극장을 하나로 묶었다.

부채를 든 합창단의 손짓 속에 객석의 눈시울이 촉촉이 젖었다.

정성우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화예술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릴 때, 그것이 진정한 문화입니다. 이번 음악회가 작은 위로이자, 사회가 함께 어깨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의 말처럼, 이날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노래하는 자리’였다.

장애인 예술인들이 중심이 되어 무대를 꾸렸고, 시민들은 그들의 노래와 시를 진심으로 박수로 받아들였다.

이번 아리랑 음악회는 예술의 언어로 ‘포용’과 ‘상생’을 이야기했다.

임영규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자원봉사 단장은 “오늘 무대는 장애인 공연이 아니라 모두의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이경욱 협의회 고문은 “아리랑이 이렇게 다채로운 울림을 가진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충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회장은 “이 무대가 일회성이 아닌, 장애인 예술인들이 당당히 설 수 있는 지속적 문화 축제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강충걸 회장은 “이 무대가 일회성이 아닌, 장애인 예술인들이 당당히 설 수 있는 지속적 문화 축제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무대가 끝나고, 안내 데스크에 마련된 기념품을 받아든 시민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날 대학극장에 울려 퍼진 ‘아리랑’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다리, 그리고 모두가 함께 걷는 노래였다.

11월 11일, 부산의 오후는 ‘아리랑’의 선율 속에서 진정한 화합의 시간을 기록했다.

정성우 후원회장의 말처럼 “이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모두의 영혼을 춤추게 한 축제”였다.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부국장 sh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