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울경 최고의 소설은?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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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소설가협회 ‘부산소설문학상’
최근 1년 내 발표 부울경 소설 심사
임성용 ‘우리의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 대상

제30회 부산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임성용 작가.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제30회 부산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임성용 작가.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올해 부산소설문학상 시상식과 북콘서트를 알리는 행사 포스터.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올해 부산소설문학상 시상식과 북콘서트를 알리는 행사 포스터.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부산소설가협회가 11월에 주최한 ‘제11회 밀다원시대 문학제’에서 공연한 문인극 모습.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부산소설가협회가 11월에 주최한 ‘제11회 밀다원시대 문학제’에서 공연한 문인극 모습.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부산소설가협회가 시민들과 함께 했던 허택 소설가 북토크 행사 모습.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부산소설가협회가 시민들과 함께 했던 허택 소설가 북토크 행사 모습. 부산소설가협회 제공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1년간 발표된 부울경 작가의 중·단편 소설 중 최고 작품이 가려졌다.

부산소설가협회는 ‘제30회 부산소설문학상’ 주인공을 발표했다. 먼저 800만 원의 상금이 전달되는 대상에 부산 임성용 작가의 ‘우리의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선정됐다.

이 소설은 전쟁, 반공, 독재로 점철된 폭력의 역사를 현재로 소환하는 근래 드문 소설이다. 권력의 감시가 틈입할 수 있다는 환상에 시달리며 강박적으로 벽의 틈을 메우고 다니는 5.18 민주 유공자, 빨갱이의 내력과 단절하기 위해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고문 기술자, 아버지로부터 대물림 된 베트남전 고엽제의 피해를 온몸으로 안고 사는 아들. 소설은 광기의 역사에 정신과 육체를 유린당한 이들의 서사를 복구하고 치유되지 않은 역사의 환부를 현재화하면서 망각을 저지하는 기억의 서사를 주조한다.

무거운 역사를 담고 있지만 소설은 비장하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작가는 투박한 부산 지역어를 맛깔스러운 문학어로 변신 시켜 사투리 입말의 향연을 탁월하게 펼쳐낸다. 감정의 과잉을 절제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 글쓰기는 독특한 기억 서사를 만들었다.

80만 원의 상금이 전해지는 우수상은 김지현 작가의 ‘아무것도’, 오선영의 ‘유치보관함’, 서진의 ‘카우치 서퍼’, 임순옥의 ‘앨리스 그리기’ 등 4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지현 작가의 ‘아무것도’는 행복하기 위해 불행을 감수하는 우리네 삶을 담담히 성찰한 소설이다. 특별한 생을 좇지만 끝내 아무것도 되지 못한 이들을 냉소하기보다 그들이 품은 꿈과 불안, 좌절과 슬픔을 찬찬히 응시한다. 다른 이름을 욕망하고 거창한 행복을 이루기 위해 정작 이름을 잃고 불행으로 삶을 소진하는 이들의 고단한 생을 보여준다.

오선영 작가의 ‘유치보관함’은 성장 서사의 형식을 유쾌하게 변주해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엄마와 혈연 가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불안에 내내 시달리던 유년의 딸은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반려로서의 엄마를 긍정하면서 유치보관함에 유년을 영원히 보관하고 유예된 성장을 받아들인다.

서진 작가의 ‘카우치 서퍼’는 여행자들을 위해 집과 먹을 것을 나누는 카우치 서핑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관계의 부재와 각자도생을 강제하는 자본주의적 생존 방식을 건드린다. 단절과 고립을 새로운 일상으로 강제한 코로나19를 타자에 대한 경쟁과 적대를 확산하는 자본주의로 환기한다. 자본주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상으로부터 탈주해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모험적인 삶을 보여준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손녀를 잃은 노년 여성의 깊은 상실감을 그린 임순옥 작가의 ‘앨리스 그리기’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서사로 읽히기도 한다. 무고한 죽음에 책임지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권력이 건재하고 희생자를 힐난하거나 조롱하는 이웃들이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가족을 잃고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과 자책, 슬픔과 그리움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더할 수 없는 분노와 비할 수 없는 고통을 먹먹하게 전달한다.

올해 부산소설문학상 심사를 맡은 황은덕 소설가와 정홍수·김경연 평론가는 “익숙한 주제나 전통적 서사에 안주하지 않고 다채로운 상상력과 도전적인 형식을 장착한 수작들이 많았다.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해 오랜 숙고와 토론을 거듭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부산소설문학상은 지난 29년 동안 부산뿐 아니라 울산 경남 지역 소설 문학의 성장 동력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의미 있는 상이다. 부산소설가협회는 오는 26일 오후 5시 30분 부산 부산진구 영광도서 문화홀에서 ‘제30회 부산문학상 시상식’과 ‘수상 작가 북콘서트’를 연다.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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