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서에 16일간 불법 구금… 46년 흘러 ‘부마항쟁 재심’ 개시
부산지법, 도로교통법 위반 사건 재심 개시
1979년 부마항쟁 때 ‘구류 10일’ 선고받아
도로서 시위 가담해 교통 방해했다는 명목
60대가 된 남성, 무죄 판결 위해 재심 청구
올해 ‘부마민주항쟁 기념기획전’에 출품된 곽영화 작가의 그림. 1979년 부마민주항쟁 시위 장면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호밀밭 제공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경찰에 구금된 60대 남성 사건 재심이 올해 부산 법정에서 개시됐다. 21세 나이로 ‘독재 타도’와 ‘유신 철폐’를 도로에서 외친 그는 교통 방해를 이유로 즉결심판에서 구류 선고를 받았다. 46년이 흘러 구류 선고를 무죄로 뒤바꾸기 위한 재판이 열린 셈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60대 남성 A 씨 도로교통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일 첫 공판기일을 열었고, 내년 1월 9일 결심공판을 진행할 전망이다.
A 씨는 1979년 10월 17일 오후 4시께 부산 중구 남포동 부영극장 앞에서 부마민주항쟁 시위에 가담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독재 타도’와 ‘유신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친 A 씨에겐 도로에 앉거나 서 있는 행위로 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해운대경찰서에 구금된 A 씨는 같은 달 23일 즉결심판에서 ‘구류 10일’을 선고받았고, 다음 달 1일 석방될 때까지 총 16일간 갇혀 있었다.
A 씨는 구류를 선고한 즉결심판에 대한 유무죄를 다시 가리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 부산지법 심재남 부장판사는 올해 9월 4일 A 씨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심 부장판사는 “사건 재심 청구는 이유가 있다”며 “‘부마민주항쟁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 판결 대상에 대한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즉결심판을 받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법무법인 민심 변영철 대표변호사는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를 구속하는 경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다”며 “경찰이 구속영장 없이 구금한 행위는 당시 형법에 따라 불법 체포와 불법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 씨는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즉결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피의자 신문 조서 등도 위법하게 수집됐기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A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향후 불법 구금에 대한 배상을 받을 길도 열릴 전망이다. A 씨는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된 이후 3년 동안 손해배상 소송 청구를 제기하지 않아 소멸 시효가 완성된 상태다. 변 변호사는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진다”면서도 “이러한 경우 형사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으면 6개월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가 허용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