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갈등 없고 정치권 이견 없다… 해사법원 연내 설치 가시권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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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부산·인천 동시 추진”
국회 법사위 6개 관련 법안 계류
인천 동구, 유치 서명운동 돌입
여야 합의로 본회의 통과 시켜야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각급 법원의 설치 및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해사법원 관련 법안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각급 법원의 설치 및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해사법원 관련 법안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10년 넘게 표류해 온 부산의 숙원 사업 ‘해사법원 설치’가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인천 본원 동시 설치안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설치 장소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사실상 해소됐고, 법안에 대해 여야 모두 이견이 없어 정치권에서도 “연내 합의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면서 인천에서도 해사법원 신속 추진 여론이 확산되자 법안 처리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6건과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6건 등 해사법원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인천 지역구의 박찬대·정일영·배준영·윤상현 의원과 부산 지역구의 곽규택·전재수 의원 등 6명이 각각 발의했다. 2025년도 국회 국정감사 일정을 마무리한 법제사법위원회는 앞으로 해사법원 설치 논의를 포함한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2011년 부산에서 처음 시작된 해사법원 설립 논의는 당초 부산과 인천 등 지역 간 설치 경쟁이 불붙으며 갈등이 이어졌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부산·인천 해사법원 본원 설치를 내세우면서 논의가 급격히 진전됐다. 이후 지난 7월 진행된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모두 부산·인천 본원 설치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법안 처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지난 8월에 열린 법안소위에서도 해사법원의 상급심을 각 지역 고등법원에 두는 방안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법안소위에서는 실무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해수부 부산 이전을 지원하는 ‘부산 해양수도 이전 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 인천에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해사법원 설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해사법원 설치에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여야 합의로 연내 본회의 통과를 약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는 “연내 통과”를 촉구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인천 동구는 최근 해사법원 제물포구 유치를 목표로 내년 1월까지 주민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해사법원 유치를 둘러싼 경쟁이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해사법원은 선박 등 해양 사고와 해상운송, 국제무역, 해상보험 등과 관련한 해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이다. 그동안 해사전담재판부의 구조적·기능적 한계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해사 분쟁 처리 비용은 연간 2000억 원~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국제 교역량 증가와 함께 상사 분쟁 해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문 법원 부재로 기업들이 불편을 겪고 비싼 비용을 내고 해외 중재에 의존하는 문제도 지적돼 왔다. 매년 5000억 원 가까운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만큼 여권에서도 “최대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설립 시점도 이르면 2029년이나 2030년까지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속 추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앞서 여권에서도 이미 해사법원 신속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7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회의 때 (소위에서) 처리하려고 한다"며 "법원과 전문위원 등에게 2주 안에 대안(수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9월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연내 통과를 자신한 바 있다. 당시 전 장관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동남권 산업투자공사와 해사법원 설치에 관한 법률을 처리할 것"이라며 "(관련 법률 개정안은) 당과 협의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해사법원 설치는 단순히 법원을 하나 더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선박 금융과 해운 서비스 등 공정마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며 “전 세계 해사 사건의 60%가 영국, 30%가 싱가포르에서 처리되고 있는 만큼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법원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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