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청소년도 2분 만에 구입… 전자담배 무인 가게 '무법 지대'
얼굴 대조 등 절차 없어
타인 신분증만 있으면
손쉽게 접근, 이용 가능
부산에 최소 10곳 이상
현행법상 신고 의무 없어
단속 사각… 규제 시급
무분별 확산 땐 중독 양산
유해성 조사도 필수적
부산 부산진구에서 영업 중인 전자담배 무인 가게. 김준현 기자 joon@
부산 전역에 전자담배 무인 가게가 청소년 무법지대로 방치돼 있다. 무인 가게 특성상 청소년도 다른 사람 신분증으로 손쉽게 전자담배를 살 수 있는 데다 현행법상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지자체 단속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17일 부산 부산진구의 ‘전자담배 24시’ 간판이 달린 한 가게에 들어서니 네온 조명으로 빛나는 스마트 자판기 4대가 양쪽 벽에 덩그러니 있었다. 자판기는 각각 전자담배 기기와 액상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게 내부에 별도 직원은 없었는데, 손님이 직접 자판기를 누르니 전자담배 이용 방법 등을 안내하는 문구와 영상이 재생됐다.
본보 취재진이 전자담배 구입을 시도하자 신분증 인증을 요청하는 문구가 자판기에 출력됐다.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지인의 신분증 사진을 자판기에 넣자 문제없이 결제 단계로 넘어갔다. 신분증과 구매자 얼굴을 대조하는 절차도 없었다. 미성년자도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얼마든지 전자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이날 취재진은 가게에 들어간 뒤 단 2분 만에 전자담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무인 가게가 부산에 최소 10곳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한다. 현행법에 따라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 무인 가게는 기초 지자체에 담배 소매점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전자담배 무인 가게 수의 정확한 통계가 없는 이유다.
부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존 담배 소매업자는 모두 지자체에 신고한다. 약국이나 학교 주변같이 담배 판매가 부적절한 곳은 허가되지 않는다”며 “반면 전자담배 무인 가게에 대해 지자체가 단속하거나 규제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청소년 흡연과 대마초 등 약물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표한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 예방을 위한 주요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청소년과 비교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흡연자가 될 확률이 3.5배 높다. 또한 대마초·알코올 등 다른 약물 사용 위험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한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9월 부산 초중고등학교 학교장 연수 때 일반 담배와 함께 전자담배 흡연 예방 교육을 시행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현재 문제가 되는 합성니코틴 외에도 유사니코틴, 무니코틴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조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자담배를 담배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개정안 마련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자담배 규제에 대한 입법 논의는 2016년 시작되고서 9년 만인 지난 9월 기획재정위원회를 넘으며 법안 통과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그러나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규제에 빈틈이 있다는 이유로 의결이 보류됐다. 개정안 시행 시기가 공포 후 6개월 뒤인데, 업자들이 시행 전에 상품을 대거 마련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임사무엘 입법조사관은 “담배를 연초 유래 여부와 관계없이 니코틴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확대해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 경로인 온라인 거래를 금지하고, 국민건강증진법 상 담배 자동판매기 규제 적용을 통해 무인 전자담배 매장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니코틴과 유사한 성격의 무니코틴, 유사니코틴 제품들도 유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유해성 조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