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하던 연꽃까지 되살린다" 진주성 앞 해자 복원 추진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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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둘러싼 '대사지' 발굴 진행
일제강점기 2차례 매립 후 사라져
뻘층에서 연꽃 씨앗 60개도 출토
발굴 조사 마무리…내년 설계·착공

지난 26일 진주성 공영주차장에서 ‘진주성 대사지’ 정밀 발굴조사 현장보고회가 열렸다. 진주시 제공 지난 26일 진주성 공영주차장에서 ‘진주성 대사지’ 정밀 발굴조사 현장보고회가 열렸다. 진주시 제공

과거 진주성 앞에 있었던 해자 ‘대사지’에 대한 복원이 추진된다. 특히 대사지에 자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 씨앗도 수습돼 발아 여부에 관한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30일 경남 진주시에 따르면 최근 ‘진주성 대사지’에 대한 정밀 발굴 조사가 마무리됐다.

지난 26일에는 조규일 시장과 지역 문화·역사단체, 경상국립대 관련 전공자 등이 현장에서 발굴 조사 결과를 듣고 진주성 대사지의 역사적 가치와 보존 관리의 중요성을 공유했다.

조사 결과 대사지가 만들어지기 이전 구덩이와 조선시대 후기 대사지의 내부 뻘층, 일제강점기의 매립 과정이 확인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기·옹기·유리병 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대사지가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 고고학적으로 밝혀졌고 대사지에 자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 씨앗(연자)’도 60여 개 수습하는 성과를 거뒀다. 진주시는 현재 전문 연구 기관에 해당 연자를 보내 정확한 연대와 복원 여부를 파악 중이다.

앞서 함안군 등에서 오래된 연자가 발견돼 발아한 사례가 있는 만큼 학계에서는 이번에도 발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대사지 뻘층에서 연꽃 씨앗이 발견됐고 보존 상태도 매우 좋았다. 일부는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는 데 쓰일 예정이고 일부는 발아를 위해 활용된다. 현재 경상국립대 등 전문 기관에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소장 진주성도. 진주성 내성 위쪽으로 대사지가 그려져 있다. 진주시 제공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소장 진주성도. 진주성 내성 위쪽으로 대사지가 그려져 있다. 진주시 제공

‘대사지’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바깥쪽을 물길로 두른 방어 시설 ‘해자’다. 진주성의 경우 성벽을 따라 흐르는 남강이 남쪽을 방어했고 대사지는 북쪽의 일차 방어선 역할을 맡아왔다.

진주성 대사지에 대한 기록은 <삼국유사>에도 명시돼 있다. 766년(신라 혜공왕 2년) ‘강주(현재의 진주) 관서에 대사라는 절의 동쪽 땅이 점점 꺼져 연못이 생겼다’라는 구절이 남아 있다.

이후 19세기 초 진주성도에는 ‘응향정’이라는 정자와 수많은 연꽃이 피어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를 통해 대사지는 방어 기능 외에도 연지(蓮池)라고 불리면서 진주성의 경관을 더욱 다채롭게 꾸미는 역할도 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사지는 일제강점기 때 2차례에 걸쳐 매립되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사라졌다. 당시 일제는 행정 편의와 전통 말살을 위해 진주성 외성의 성벽이나 그 기초가 되는 둔덕을 없애버렸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한 흙과 돌은 성 북쪽에 동서로 길게 뻗은 대사지를 메우는 데 이용했다고 알려졌다.

진주시는 민선 8기 들어 진주성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더욱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사지 조성 사업’ 추진에 나섰다. 대사지의 잔존 상태와 매립 과정을 명확히 밝히고, 향후 정비·조성계획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발굴 조사에 착수했다.

진주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대사지 설계·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대사지를 목적으로 정확하게 조사한 발굴지는 이 장소가 처음이며, 일제강점기 매립 기록을 실제 조사로 확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사지를 조성해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대사지를 다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 씨앗(연자) 60여 개가 수습됐다. 진주시 제공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 씨앗(연자) 60여 개가 수습됐다. 진주시 제공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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