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생산·소비까지… 3박자 모두 갖춘 부울경 [로봇, 동남권 제조업 재편 키워드]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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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데이터 인프라 환경 조성
실증·부품 공급·수요 동시 해결
해양 등 지역 특화 사업과 시너지
하이테크 산업화 핵심 고리 전망

고품질 제조 데이터와 핵심 부품 생산력, 지정학적 가치를 두루 갖춘 부울경이 글로벌 로봇 산업의 핵심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스튜디오랩의 지능형 촬영 로봇은 CES2026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부산시 제공 고품질 제조 데이터와 핵심 부품 생산력, 지정학적 가치를 두루 갖춘 부울경이 글로벌 로봇 산업의 핵심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스튜디오랩의 지능형 촬영 로봇은 CES2026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부산시 제공

부울경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로봇산업의 핵심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공장이 많아서가 아니다. 인공지능(AI)의 두뇌를 채울 고품질의 제조 데이터, 로봇의 관절과 근육이 될 핵심 부품 생산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지정학적 가치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데이터부터 완결형 클러스터

부울경의 가장 큰 강점은 설계부터 정밀 생산, 시장 응용까지 한 번에 가능한 ‘로봇 풀 스택(Full-stack)’ 생태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 창원에 본사를 둔 칸에스티엔과 아이로보틱스, 해성에어로보틱스는 협력을 선언했다. 로봇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기술적 병목 구간으로 꼽혔던 ‘고정밀 감속기’ 분야에서 세 기업이 손을 잡았다. 이런 협력은 부울경 제조 기업의 체질 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칸에스티엔 구본생 대표는 “로봇에 사용할 데이터 확보부터 실증, 부품 공급, 생산은 물론 수요처까지 한 지역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부울경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얘기했다.

로봇 부문 투자를 늘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부산 본사 기계부품 제조업체인 나라오토시스는 고중량 자율주행 로봇 부품 국산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 중이다. 나라오토시스는 2025년 ‘K 휴머노이드 연합’ 부품사로도 선정됐다.

창원에 본사가 있는 공작기계 세계 3위 기업인 DN솔루션즈 역시 로봇 자동화 기업 뉴로메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데이터 필요해? 지역에 공장 지어라

부울경이 보유한 제조 데이터의 가치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AI 패권을 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피지컬 AI와 로봇산업으로 패권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지만 중국 제조업 데이터에 접근하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AI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려면 실제 제조 현장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그 대안 지역으로 부울경이 떠오르고 있다.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 김영부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이 정도로 정제된 제조업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부울경에는 피지컬 AI가 학습할 데이터 인프라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 일단의 지역 기업들은 반년 만에 300TB의 데이터를 뽑아낸 사례도 있다.

이미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현장에서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를 인근에서 보관하고 지연을 최소화해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중이다.

유남현 경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데이터 무기화’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다면, 부울경에 R&D 센터를 짓거나 공장을 세우라는 식의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로봇, 지역 산업들과의 시너지

29일 한국해양대에서는 조선해양 분야에 로봇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인력 부족, 현장 위험 등 조선해양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해결할 기회를 찾는 자리였다.

새로 싹트는 로봇산업은 지역 전략 산업인 파워반도체와도 결합할 수 있다. 로봇 관절마다 들어가는 모터를 제어하기 위해선 고성능 파워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아이큐랩 등 지역 반도체 기업들과 로봇산업의 육성은 부울경을 하이테크 산업의 집결지로 만들 핵심 고리다.

벌써 성과도 나오고 있다. (주)스튜디오랩이 AI와 로봇 기능을 활용한 포토봇 서비스는 CES2026서 최고혁신상을 받기도 했고 코아이가 무인방제로봇으로 CES2024 혁신상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부울경 로봇기업 상당수는 연매출 100억 원 미만이다.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부산AI로봇산업협회 송영환 협회장은 “로봇산업이 성장할 경우 지역 내 다른 주력 산업들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업들이 성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집적단지와 거점센터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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