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온상된 온라인 채팅앱… 인증제는 ‘하세월’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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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모텔 중학생 3명 사상 사건
오픈채팅방 통해 연락 닿아 범행
피의자 종전 성범죄도 SNS 악용
미성년 대상 성범죄 대개 유사 수법
“성범죄·미성년자 대상 규제 필요”

‘마산 모텔 흉기 난동’ 이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채팅 앱에 인증 등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간다. 3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계단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마산 모텔 흉기 난동’ 이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채팅 앱에 인증 등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간다. 3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 계단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에서 중학생들이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20대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채팅에 대한 미성년자 규제의 목소리가 높다.

8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A 씨가 흉기를 휘둘러 중학생 3명을 살해하거나 다치게 했다. 이후 A 씨는 경찰을 피해 3층에서 몸을 던졌다가 결국 자신도 숨졌다.

A 씨가 사망한 10대 여중생 B 양을 꾀어낸 건 채팅앱 오픈채팅방이다. 호감을 느끼고 그는 모텔로 B 양을 불러냈고, B 양은 친구와 함께 모텔을 찾았다가 화를 입었다.

A 씨는 과거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전과자다. 지난 2019년 9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리고 출소한 지 반년 만에 재차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2019년 당시에도 A 씨가 14살에 불과하던 피해자를 협박해 주거지로 끌어들인 수단도 SNS 메시지였다.

A 씨는 성평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에 이미 신상이 공개돼 있었지만 피해 학생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익명성에 기댄 온라인 채팅앱과 오픈채팅방이 각종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심지어는 성범죄자들이 희생양을 찾는 창구로 이를 악용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실제로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4년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 1187명 중 42.2%가 채팅앱으로, 38.7%가 SNS를 경로로 성범죄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선 수사 현장에서도 고삐 풀린 채팅앱과 SNS 이용에 우려를 표한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남경찰청 청소년보호계 측도 “청소년 성범죄 피해의 경로가 상당수 온라인 채팅앱이나 SNS를 통해 이뤄진다”라면서 “이제는 기본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규제를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채팅앱에서 미성년자 실명 인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2010년대부터 꾸준히 발의되어 왔다. 그러나 ‘규제는 우회경로만 양산할 뿐이다’ ‘IT업계의 발전만 저해한다’라는 등의 이유로 매번 불발됐다.

현장에서는 성적 자기 결정권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이 채팅 앱이나 SNS를 이용할 경우 별도의 규제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대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의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거나 익명으로 대화를 나누는 채팅방에는 미성년 출입을 금하는 식의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경남도청소년지원재단 박춘덕 원장은 “성범죄자는 재범률이 높은 데다 수감 과정에서 더 악랄한 수법을 배워서 사회로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라며 “국회가 서둘러 관련 법령을 개정해 청소년이 안전한 사회 조성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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