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가는 민주, 천막농성 돌입한 국힘…여야 ‘집토끼’ 사수 총렷
리더십 시험대 오른 정청래 “호남 예산은 약속의 이행”
국힘 ‘8대 악법’ 저지 천막 농성 돌입 “거리서 싸울 것”
장동혁, 지지율 답보에 불안감 증폭…다시 장외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0일 국회 본청 앞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천막 농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8대 악법' 저지 시점까지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연합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대표가 본격적으로 지지층 다지기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네 번째 호남행에 올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장내에서 입법 속도전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에 맞서 장외 농성을 재개했다. 양당 내 대표 리더십이 각각 흔들리며 시험대에 오르자 두 대표 모두 지지층 굳히기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민주당 정 대표는 10일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성과보고회를 연달아 열었다. 이번 호남행은 지난 8월과 9월, 10월 이후 4번째 방문이다.
정 대표는 이날 텃밭인 광주에서 호남 예산과 숙원 사업을 공을 들였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날 정 대표는 광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예산 정국에서 호남을 챙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 결과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성과를 거뒀다”며 “광주·호남 여러분의 열망이 하늘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정 대표는 “광주가 없었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없었다. 민주주의 발전에 호남이 기여한 바가 크다”며 “12·3 비상계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천적인 힘은 광주 5·18이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이번 호남행은 정 대표가 추진하던 ‘1인 1표제’의 부결 이후 진행됐다. 리더십이 흔들리는 시점에 전체 당원 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민주 텃밭 호남을 찾은 것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차기 당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대표 선출 직후 호남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첫 현장 최고위를 전남 무안군 전남도당에서 전남·광주 합동으로 열었고, 9월엔 광주시청에서 내년도 예산 및 지역 현안과 관련해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10월 추석 연휴 때는 ‘호남 1박2일 감사 인사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초 전당대회에서 일반 당원 지지로 압승한 정 대표 리더십의 기반인 당심 굳히기에 무게를 둔 것이다.
다만 이번 1인 1표제 부결로 당 주류 조직의 지지는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정 대표가 지지층 굳히기에 다시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등을 두고 차기 당권 경쟁의 전초전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 대표가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지지층 결집이 필요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장 대표도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집토끼 결집으로 출구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날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사법장악 입법독주 저지투쟁’, ‘사법파괴 5대 악법·국민 입틀막 3대 악법 즉각 철회’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천막농성은 하루 4개 조로 나눠, 조당 4~5명이 두 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진행될 예정이다.
장 대표는 농성을 시작하며 “민주주의를 버티는 마지막 둑인 사법부와 대한민국을 지킬 마지막 힘인 국민을 무력화하는 것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8대 악법”이라며 “이 법을 끝까지 막아낼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 쏟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규정한 8대 악법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신설 △고위공직자수사처 수사 범위 확대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등을 ‘사법 파괴 5대 악법’, △정당현수막 규제 △유튜브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등이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안 등 입법에 속도를 내자 이에 맞서 장외로 나선 것이다.
장 대표가 지난달 영남권 등 전국을 순회하는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 이어 연말 다시 장외로 나온 배경에는 장 대표 리더십이 흔들리는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이 안된 채 당 지지율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그 책임론이 장 대표에게로 향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당대 초재선 의원 25명이 연판장을 내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표명하기도 하는 등 장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궁지에 몰린 장 대표가 ‘집토끼’ 사수로 리더십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