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이어 ‘전략광물’…고려아연, 11조 원 규모 美 제련소 건설
美 상무부 3100억 원 ‘보조금’, 2029년 생산 목표
안티모니·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11종 생산
中 희토류 통제 대응, 북미 생산거점 확보
고려아연, 미국 안보자산으로 분류 전망
최윤범 회장,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 우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전경. 부산일보DB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 원 규모의 핵심 전략광물을 생산할 제련소를 건설한다. 이를 위해 설립하는 현지 합작법인(JV)에는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상무부, 현지 기업도 함께 참여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국 제련소 투자안을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종료 후 공시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강화를 위해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미 국방부(전쟁부),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에 65㎡의 대규모 제련소 건설을 위한 공동 투자에 나선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의 미국 내 종속회사인 ‘크루서블 메탈즈’(Crucible Metals, LLC)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예상 투자액은 총 10조 9500억 원(약 74억 3200만 달러) 규모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미국 내 전략 투자자가 출자한 합작법인인 ‘크루서블 JV’를 통해 약 2조 8600억 원(약 19억 4000만 달러)를 조달한다. 고려아연은 약 8600억 원(약 5억 8500만 달러)을 직접 투자한다. 나머지 소요 자금은 미국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과 보조금 프로그램, 재무 투자자 대출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테네시 제련소를 한국의 온산제련소와 같은 복합 비철금속 제련소로 건설할 방침이다. 아연, 연,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과 금, 은 등 귀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 게르마늄,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등 미 지질조사국이 발표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도 함께 생산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에 있는 기존 니어스타(Nyrstar) 제련소 부지를 인수한 뒤 이를 활용해 기반 시설을 재구축하고,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해 제련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제련소는 내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건설에 착수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약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해 54만 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아연 30만 톤, 연(납) 20만 톤, 동 3500톤, 희소금속 5100톤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날 고려아연은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 약 2조 851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주당 129만 133원에 신주 220만 9716주(보통주)를 발행하는 내용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크루서블 JV이다
고려아연은 또 크루서블에 약 1323억 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출자 후 지분율은 10%가 된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지난 10월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고려아연과 전략광물 현지 생산을 위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고려아연에 ‘가능한 한 빨리, 많은 물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로 참여하면서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주주로 등재되면 고려아연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미국의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는 격이어서 고려아연 인수합병(M&A)에 큰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내 통합 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항공우주,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계획이 알려지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