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산불 수사, 결국 해 넘기나
지난 3월 진화대원 등 9명 사상
경남도청 공무원 3명 입건 불구
송치 여부는 여전히 깜깜무소식
노동부의 창녕군청 조사도 지연
공무원노조 "업무 위축 어쩌나"
경남도청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지난 3월 9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산청군 산불과 관련한 수사가 하세월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9개월간 산불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등을 살폈지만 수사는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1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경찰청은 지난 6월 업무상 과실 치사·치상 혐의로 경남도 공무원 3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 3명은 모두 산림 부서 소속 공무원들로 5급 1명과 6급 2명이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다가 피의자로 전환됐다.
이들은 지난 3월 사망 사고 당시 도내 곳곳에서 소집된 광역진화대를 산불 현장에 투입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경찰은 이들이 진화대원들을 현장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화마에 휩쓸린 9명의 사상자는 창녕군청 소속이다. 이들에겐 신체를 보호할 방염 텐트나 소방용 안전모 등 기본적인 장비 지급도 안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인명피해와 관련해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했으며 수사는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법리 검토 등 관련 절차를 거치기 위해 검찰과 논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부 창원지청이 맡고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는 더욱 더디다. 여태 피혐의자를 대상으로 입건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피혐의자는 경남도지사를 포함한 지자체 단체장들이다.
그러나 업무상 과실 문제와 달리 중대재해처벌법은 고의성까지 입증해야 하는 데다 사상자들의 소속 기관과 지휘권자가 달랐던 터라 송치 여부는 더욱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청 관계자는 “쉽게 말하면 소방관들이 불을 끄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그 잘못이 소방청장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라며 “쟁점 사안을 풀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애쓰고 있지만 올해 내 사건 처리는 사실상 어렵다”라고 전했다.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경남도청 공무원노조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노조는 동료 공무원 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수사 당국에 제출했다. 경남도청공무원노조 한진희 위원장은 “산불로 입은 인명피해는 너무 안타깝지만, 동료 공무원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일했을 뿐인데 수사 대상에 오르는 것은 자칫 업무 위축을 불러 올 수도 있다”라고 반박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