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점유·자연 훼손 문제 된 사찰 인근 화장실 개선?… 구청 예산 투입 ‘논란’
불법 점유 등 논란 속 ‘봐주기 행정’ 지적
환경단체 “형평성·원상복구 원칙 무너져”
금정구청 “안전·위생 관련 민원으로 조치”
부산 금정구 남산동 회룡선원 인근에 있는 노후 재래식 화장실. 독자 제공
부산 금정구청이 금정산에 자리한 사찰 주변의 노후 재래식 화장실을 공중화장실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인다. 해당 사찰이 20년 가까이 부산시 땅을 무단 점유하며 주변 환경을 훼손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까닭에 구청이 불법을 자행해온 곳에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부산 금정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최근 금정구 남산동 회룡선원 인근 등산로에 설치된 재래식 화장실 1곳을 공중화장실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화장실은 벽돌을 쌓아 올린 구조물 위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노후 재래식 시설로, 사찰을 찾는 신도들과 등산객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금정구청은 불편 민원과 악취·위생 등 안전 문제를 이유로 1억 4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공중화장실 설치를 추진 중이다.
논란은 화장실에서 불과 수십m 떨어진 사찰 회룡선원의 불법행위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불거졌다. 회룡선원은 2007년부터 시유지 3121㎡(약 950평)를 무단 점유해오며 허가 없이 시설물을 설치하고 벌목 행위를 하는 등 금정산의 자연을 훼손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회룡선원은 2021년 사찰 인근 나무 37그루를 무단 벌목해 산림자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2019년에도 약 400m 길이의 산책로에 무단으로 콘크리트 포장공사를 했다가 금정구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기도 했다.
환경단체는 자연훼손 논란을 빚어온 사찰 인근 시설을 정비하는 것은 행정이 불법행위를 지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회장은 “봐주기식 조치가 아닌 제대로 된 원상복구와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며 “금정산 내 금정구에 속한 사찰만 20곳에 이르는데, 특정 사찰 인근만 정비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특혜”라고 지적했다.
금정구청은 공중위생과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기존 재래식 화장실이 집중호우 시 붕괴 우려가 있고 분뇨 처리 문제도 있어 등산객 안전사고 가능성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금정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돼 위생과 안전 확보 차원에서 화장실 설치를 계획 중”이라며 “사찰의 불법 점유 관련 문제는 별도 행정 절차에 따라 이행강제금 부과 등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